
제이유 그룹의 불법 로비 의혹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이 회사 주수도 회장조차 브로커 3명에게 20억원 정도를 뜯긴 것으로 드러났다.
`사기 고수'인 주 회장도 검찰 수사, 언론의 고발 프로그램 방영, 국세청ㆍ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이 겹치는 등 막다른 골목에 몰리자 전방위로 `묻지마식 문어발 로비'를 펼쳤고, 그 과정에서 꼬여든 브로커들에게 60억원으로 추정되는 로비자금 중 3분의 1인 20억원 가까이 사기를 당한 것.
1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최재경 부장검사)에 따르면 주 회장 측으로부터 제이유의 불법영업 실태를 다루기로 한 TV방송 관계자에게 부탁해 방영 계획을 무산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고 수억원을 받은 혐의(사기 등)로 브로커 황모(50.사업)씨가 구속됐다.
대기업에 다녔던 개인 사업자인 황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제이유 간부가 모 방송사가 제이유 그룹의 탈ㆍ불법적인 영업 방식을 심층 고발하는 시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어 걱정하는 것을 보고 제이유 측에 "알아봐줄 데가 있다"며 접근했다.
그가 고작 알아낸 사실은 프로그램 예고 방송 등이 이미 나간 상태여서 로비 자체가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
그러나 그는 "방송사 관계자를 통해 프로그램이 방영되지 않도록 막아주겠다"며 지난해 4월 방영 직전 5억원을 받아 챙긴 뒤 도주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2회에 걸쳐 방송됐고, 서울동부지검은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중인 사안으로 100%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돈을 혼자 챙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 회장은 또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면서도 명문 법대 출신의 법조계 저명인사로 거짓 행세해온 한 공무원시험학원 강사에게도 8억원을 뜯겼다.
공무원시험 학원에서 행정법 등을 강의하던 이모(55)씨는 지난 2001년 9월 제이유 계열사 대표이사였던 조카의 소개로 주 회장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초졸 출신으로 고시 준비를 하다 학원강사로 방향을 틀어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고시교재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출판사를 통해 `행정법', `헌법', `민법총칙' 등의 저서를 펴낸 터여서 주 회장은 물론 아무도 그가 명문대 법대 박사과정까지 밟은 법조계 마당발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았다.
주 회장은 이씨를 2001년 10월부터 2002년 2월까지 조카 회사의 `사외이사'로 등재시켜 자신의 석방로비 등을 위해 사용하라며 현금카드까지 만들어줘 6억3천만원을 쓰도록 했으나 정작 이씨는 로비를 위해 `1원 한푼' 쓰지 않은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오히려 4억원을 정기예금에 넣고 나머지는 자녀 유학 및 부인 사업자금 등에 쓰는 등 `가정적인' 면모를 보여줘 수사당국이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주 회장의 구속을 면하게 해주겠다고 접근해 5억원 안팎의 돈을 뜯어낸 다른 사기꾼도 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