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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의 소비자경제> 전자상거래 약관과 친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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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의 소비자경제> 전자상거래 약관과 친구하기
  • 이종인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7.03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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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거래가 반복적이고 대량으로 이루어지는 오늘날의 소비사회에서는 거래상 계약의 상당부분이 ‘약관’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거래의 경우에는 사실상 거의 대부분이 거래사이트에서 일방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약관에 이용자가 동의(user agreement)한다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약관에 의한 계약의 체결은 집단적 거래를 간편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지게 하고 관련법의 미흡한 점을 보완하여 기업의 합리적 경영을 가능케 하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

반면에, 계약자유의 원칙을 제한할 뿐 아니라 공정하지 못한 계약조항에 따른 소비자피해가 발생하는 등 여러 단점도 있다. 따라서 부당한 약관에 대한 규제는 공정한 시장경쟁의 확립 뿐 아니라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정책 수단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필자는 일전에 전자상거래 약관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온라인쇼핑몰과 인터넷 경매사이트, 예약·교육콘텐츠서비스 등 여러 온라인 거래분야 업체들이 사용하고 있는 약관들을 조사해본 적이 있다. 그 결과 적지 않은 업체의 약관에 공정하지 못하거나 적법하지 못한 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덧붙여 업체들 중에는 반품이나 피해보상규정을 의도적으로 제외한 소비자에게 불리한 사항을 담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또 인터넷 약관이 너무 길거나 어려운 법률용어로 되어 있어 누리꾼들이 쉽게 읽을 수 없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인터넷 약관상의 문제점들이 해소될 수 있다면 온라인쇼핑에서의 소비자피해도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안이 가능할 것인가?

구체적인 해결책의 도출은 향후 관련 전문가나 정책담당자들의 몫이겠지만, 몇 가지 방향은 제시해볼 수 있겠다.

우선, 인터넷약관의 형식을 간소화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약관의 내용 중 소비자에게 꼭 전달해야 할 필수사항을 지정하거나 약관의 핵심요약본(요약약관)을 별도로 게시토록 하면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 약관의 문장을 법률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용어로 마련하고, 소비자가 알고 싶은 내용을 정확히 기재하도록 한다.

덧붙여, 약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소비자에게 불리하거나 법규를 위반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약관에 대한 홍보를 통해서 사업자의 약관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도록 한다. 이 역할은 정부나 사업자단체뿐 아니라 소비자전문기관이나 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수행하면 좋을 것이다.

끝으로, 온라인 거래약관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를 높여야 한다. 온라인 거래에서 소비자가 약관의 기능과 그 내용에 관해 잘 알고 있다면 거래상의 소비자피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조사결과, 일반 소비자의 절반 정도는 약관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있으며, 약관의 내용을 제대로 읽는 경우는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는 경우를 포함하더라도 전체의 14.1%에 불과하였다.

이유야 어떻든 이와 같이 약관내용을 무시하거나, 읽더라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는 늘 피해발생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거래를 할 경우에 소비자는 반드시 메인화면에 표시되는 약관내용을 확인해야 하며, 적어도 그 내용을 파악한 뒤에 동의 여부에 ‘클릭’해야 할 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약관내용 등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는 여러 문제들은 정책 차원에서 개선되어야 하겠지만, 소비자도 부당한 피해를 막기 위해 약관이라는 온라인 거래에서의 계약 형태에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안전한 거래, 만족스런 거래를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마음먹고 온라인 거래약관과 친구하기를 시도하였으면 한다.

<이종인(李種仁)박사 약력>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경제학박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겸임교수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버클리) 로스쿨 박사후연구원, 동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국회 경쟁력강화특위 파견연구원, OECD 소비자정책위(CCP) 한국대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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