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가족경영 체제로 유명한 삼부토건이 오너인 조남욱 회장의 내부거래 정보를 이용한 불법 주식매매로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이번 불법 주식매매가 지난 4월 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고 이루어진 점 때문에 당시 법정관리 신청의 고의성 여부도 또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삼부토건은 수년간 수백억원대의 영업익을 올린 흑자기업이며 유동성 자산도 상당하다.
조 회장은 올 4월 회사의 법정관리 신청 전 미리 주식을 팔아치워 최소 8천600만원 이상의 손실을 보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시장에 나온 주식을 매입한 개인투자자 등은 삼부토건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1만5천원에 달하던 주가가 4천865원으로 폭락하면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 조남욱 회장, 불법 주식거래 논란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증권선물위원회는 회생절차 개시신청과 관련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팔아치운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최근 검찰에 고발했다.
조 회장과 동양건설 임원들은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개발사업이 순조롭지 않자 지난 4월1일 내부적으로 기업회생 개시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
조 회장은 열흘간 차명 계좌로 보유하던 삼부토건 주식 3만8천384주를 매도했다. 이때 삼부토건 주가는 1만5천원대였던터라 매도 물량은 약 1억3천만원에 달했다.
이후 삼부토건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사실이 12일 알려지면서 주가는 1만2천750원까지 떨어진 후 거래 자체가 정지됐다.
삼부토건이 기업회생 신청을 취소했던 지난 6월28일 주식 매매가 재개됐지만 1만2천750원에서 9월 7천원까지 최저가를 기록했다가 이달 1일에는 4천865원까지 폭락했다.
이를 사들인 소액주주는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에 매매가 정지되고 주가가 급락해 큰 피해를 입었다.
◆ 금융권, 고의적인 법정관리신청 의혹
당시 금융권과 건설업계에서는 매년 수백억원대 영업을 냈던 흑자기업이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한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미 농협 등 채권단과 헌인마을 개발사업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만기 연장에 대해 협상을 진행하던 중 삼부토건이 일방적으로 4월12일 법정관리 신청을 냈던 것.
지난 3월 삼부토건의 부동산 PF 지급보증액은 9천억원대, 4월13일까지 4천3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었다.
실제로 삼부토건의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30일 현재 자산규모가 1조원이 넘고, 유동성자산도 7천억원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법정관리 신청을 하기 직전인 3월 삼부토건은 727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해 매출액 8천억원에 영업이익 200억원을 내는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 고의적인 것인지 논란이 일었다.
삼부토건은 2006년 48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최근 5년간 계속해서 연간 수 백억원대의 이익을 냈다.
◆ 삼부토건, 오너 3세 경영 후계구도 눈길
삼부토건은 조 회장과 동생인 조남원 부회장 등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삼부토건은 9월30일 현재 최대주주인 조 회장(지분율 8.18%)과 아들들인 조시연 부사장(0.3%), 조성연 상무(0.27%)를 비롯해 오너 일가 30명이 전체 주식의 24.68%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의 차남인 조시연씨는 올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삼부토건 관리본부장을, 삼남인 조성연 상무는 현장지원부를 담당하고 있다.
보수적 가풍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삼부토건가에서 조 부사장은 창업주인 고 조정구 회장의 손자, 오너 2세 가운데 장남인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의 실질적인 후계자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삼부토건은 1948년 창업(설립등기 1955년)한 국내 건설면허 1호 건설사로 역사가 꽤 깊다. 1976년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창업자는 조정구 회장과 동생인 조창구, 조경구 씨 등 세 명이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