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위생을 지키는 자는 백세까지 장수하지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자는 대가 끊긴다.’
최근 충칭(重慶)시 양런제(洋人街) 거리에는 녹색과 붉은색의 중문과 영문으로 쓰여진 현수막이 붙어 있다. 공공질서를 강조하는 표어지만 행인의 발길을 멈추게 할 만큼 섬뜩하다.
이 표어에 대해 주민들의 지적은 적지 않다. 주민 저우(周)모 씨는 “공공질서를 지키자는 의도는 좋지만 대가 끊긴다는 문구를 보는 순간 기분이 나빠졌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관할기관 공무원은 이에 대해 “양런제는 외국인도 많이 오는 관광 명소인데 쓰레기 때문에 골치를 앓았으나 표어를 붙인 이후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문구가 너무 선정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의견수렴을 통해 차차 고치겠다”고 답했다.
인구도 많지만 표어도 많은 곳이 중국이다. 벽, 나무, 심지어 광고판처럼 길가에 죽 늘어서 있기도 한 갖가지 표어는 재치스러운 것도 있지만 무서운 협박성을 띠는 것도 있어 놀라게 한다(헤럴드경제.
예를 들어 ‘길에 쓰레기 버리면 네 아비를 죽이겠다’ ‘한 사람이 (정관)수술하면 가문이 영광을 누린다’ ‘집은 망할지라도 국가는 망하게 하면 안 된다’ ‘이 은행에서 돈을 훔칠 경우 현장에서 총살 킨다’는 등 아직도 농촌과 지방도시의 벽과 거리에 걸려 있는 표어는 듣기 민망하거나 섬뜩하다.
띄어쓰기가 없는 중국어의 특성 때문에 좋은 의미의 표어가 공권력을 비꼬는 표어로 변질되기도 한다. ‘어려움이 있는 주민은 경찰을 찾으라(群衆有困難?警察)’는 표어가 ‘어려운 일이 있어도 경찰을 찾기 힘들다(群衆有困, 難?警察)’는 의미로 변해 실소를 자아낸다. 또 문맹자가 많아 표어를 열심히 내걸어도 읽지를 못해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정부기관은 새 사업을 시작할 때 표어 만드는 게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심지어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표어가 공무원 실적평가 기준이 되기도 하는 실정이다. 한 해외 학자는 "표어는 창청(長城), 판다, 공자(孔子)와 마찬가지로 중국문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코드”라고 평했다.
그동안 표어의 홍수 속에 살아온 중국인들은 최근 학자와 네티즌을 중심으로 표어 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반성과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다. 표어에서 국민을 업신 여기는 관료주의가 확연히 드러난다며 시대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헤럴드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