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인 2001년 학원을 다니면서 컴퓨터를 처음 접한 A군은 소심한 성격과 어머니가 생계를 꾸려가느라 항상 혼자 집에있는 환경에서 컴퓨터는 일종의 '구원'이었다.
하루 3∼4시간씩 인터넷 게임에 빠져든 A군은 중학교 2학년때 상대방의 정보를 알아내는 키보드 해킹툴인 후킹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후킹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테스트 정보'로 위장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실행하면 주민등록번호, 사이트 아이디 및 비밀번호 등 사용자의 키보드 조작 정보가 모두 자신의 컴퓨터로 자동 입력되는 프로그램이다.
A군은 중학교 3학년때 게임프로그램을 만들어 컴퓨터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전공을 살려 컴퓨터 관련 고등학교에 입학 한 A군은 고등학교 2학년때 친구들과 싸움을 하면서 턱뼈가 부러지는 상처를 입은 뒤 '자신만의 사이버 공간'으로 몰입했다.
곧이어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7자리 숫자 1천만개를 무작위로 조합해 상대방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낼 수 있는 '매직넘버'와 이메일 주소까지 알아낼 수 있는 매칭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A군은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이용, 무작위로 개인정보를 해킹하며 800여만원 상당의 불법 아티템을 불법으로 거래하다 비밀번호 등을 도용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은 사이버경찰대의 한달간에 걸친 끈질긴 추적끝에 검거됐다.
안철수 연구소 관계자는 "중학교 때 후킹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자체가 이미 상대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며 "기존 프로그램이 바이러스 체크에서 걸린다고 해도 A군처럼 계속 변종프로그램을 만들어내면 해킹 프로그램을 차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1천여명의 개인정보가 저장돼있는 A군의 컴퓨터에는 현재도 후킹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대상자의 개인정보가 계속 입력되고 있어 1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가 이미 유출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A군 같은 컴퓨터 천재가 불법이 아닌 불법을 막는데 실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취업 알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A군은 경찰에서 "학창 시절 가장 좋은 것은 컴퓨터 게임이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다른 사람들처럼 일을 하며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