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 재벌의 얘기가 아니다. CBS, 비아콤, MTV, 파라마운트 등을 소유한 미국의 거대 미디어 재벌 레드스톤가의 섬너 레드스톤 회장(84)과 그 자녀들이 경영권을 놓고 벌이는 갈등이다.
미 경제지 포천(Fortune) 인터넷판은 비아콤 부회장이자 유력한 차기 회장감이었던 샤리가 이사회에서 쫓겨나면서 섬너 레드스톤 회장이 딸 샤리와 ‘추한’ 분쟁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섬너가 샤리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아들 브렌트의 지분 매각을 제한했다가 법정에서 합의를 본 지 불과 몇 달만이다.
포천은 샤리가 유력한 후계자로 일찌감치 낙점됐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레드스톤 제국 지배권을 둘러싼 막후 갈등은 놀라울 정도라고 전했다. 섬너는 당초 2005년 샤리를 비아콤 부회장으로 임명할 당시 직접 “내 사후에 지배주주이자 회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 샤리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두 사람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섬너는 이사회에서 딸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섬너는 지난 4월 그룹의 연례 여성 모임에서 샤리가 뉴욕의 미군위문협회로부터 상을 수여받는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부녀간 갈등은 2005년 비아콤그룹을 CBS와 비아콤으로 분리할 당시 샤리가 선임한 이사진에 대한 섬너의 불만에서 촉발됐다고 포천은 전했다. 결국 CBS 이사 2명이 지난해 사임했으며, 섬너가 직접 고른 5명의 이사가 새로 선임됐다. 섬너는 또 샤리가 주장한 성과중심보수체계에 대해서도 딴지를 걸었고, 극장사업에 대해서도 둘은 공공연하게 시각차를 드러냈다. 결국 섬너가 지난 노동절 이후 다시 경영권을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샤리는 주요 역할에서 밀려나고 극장사업에만 전념하개 됐다.
포천은 샤리의 낙마로 이 거대 미디어그룹의 후계구도가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됐다며, 당분간 CBS와 비아콤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릴 사람은 섬너 레드스톤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헤럴드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