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적악화로 세계 2위 자리를 삼성전자에게 내준 모토롤라. 실적 악화로 빛이 바랬지만 모토롤라의 빅 히트 모델 ‘레이저’(RAZR)가 올 2/4분기를 기점으로 드디어 1억
대 판매 고지에 올라섰다. ‘전무후무’한 휴대폰 최다 판매기록이다.
‘면도날처럼 얇다’라는 의미를 지닌 레이저. 지난 2004년 4/4분기 출시됐고, 국내 시장은 이듬해인 2005년 6월에 선보였다. 약 3년만에 이룬 대기록이다. 휴대폰은 평균 6~9개월 정도면 승부가 끝난다. 그러나 레이저의 인기는 아직도 식을 줄 모른다. 여전히 시장에서 절찬리에 판매가 되고 있다. 과연 1억대 판매 비결은 뭘까.
임정아 모토롤라 마케팅팀 이사는 “오버하지 않은 차별성에 있다”고 강조한다. 레이저는 개발 단계에서 부터 기존 제품과의 다른 차별성을 꾀했다. 그러나 그 바탕은 오히려 기본에 더 충실했다.
레이저 출시 당시 휴대폰 시장은 첨단 기능의 제품들간의 경쟁이였다. 임 이사는 “소비자들이 휴대폰 카메라 기능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 부터 고민을 했다”며 “한쪽에 치우치기 보다는 평범한 기능과 차별화된 디자인에 초첨을 맞췄다”고 말한다.
대다수 휴대폰이 다양한 기능을 담아 ‘뚱뚱’했던 그 무렵. 모토롤라는 ‘휴대하기 편해야 한다’는 휴대폰의 기본에서 시작, 얇은 두께의 슬림에 주목했다. 레이저의 두께는 겨우 13.9mm(국내 출시 모델은 14.5 mm).
지금은 그 보다 더 얇은 두께의 제품들도 많지만 그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였다. 대신 슬림에 방해가 되는 기능적인 요소는 과감히 포기했다. 버릴건 버리고, 시장 선점을 택한 것.
차강희 LG전자 MC 디자인연구소장은 “레이저가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 ‘슬림=레이저’라는 인식을 심으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선점효과가 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시장 선점후 가격 인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판매를 끌어 올리는 것이 가능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슬림에 이어 차별화된 컬러는 레이저의 제2 부흥기를 만드는 힘이 됐다. 레이저의 열기가 다소 시들해 질 무렵 ‘핑크’, ‘라임’ 등 이전에 찾아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컬러를 선보였다. 이는 레이저의 장수로 이어지는 비결이 된 것이다.
디자인을 앞세워 휴대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레이저. 레이저의 성공에 너무 취해 있던 탓일까. 정작 모토롤라는 레이저 이후 이렇다할 히트 상품을 내놓치 못하고, 지금은 실적 악화로 고전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