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는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안컵축구 8강 승부차기에서 이란 4번 키커 라술 하티비의 킥을 선방해 한국을 4강에 끌어올렸다. 방향을 놓쳐 상체는 반대쪽으로 갔지만 자신의 머리 뒤로 날아오는 볼을 다리로 쳐내는 묘기를 펼쳤다.
이운재의 K-리그 승부차기 승률은 무려 90%(9승1패)에 달한다.
가장 최근이 2004년 12월12일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수원과 포항의 K-리그 챔피언 결정 2차전 승부차기다.
당시 이운재는 포항의 마지막 키커로 나선 '꽁지머리' 김병지의 킥을 막아내 차범근 감독에게 컴백 첫 해 우승컵을 안겼다.
이운재는 K-리그에서 총 46명의 승부차기 키커를 상대해 21번을 막아냈다.
방어율이 45.6%나 된다. 키커가 골대를 맞히거나 골문 밖으로 실축한 경우까지 포함한 통계이긴 하지만 거의 두 명 중 한 명 꼴로 이운재 앞에서 실축한 셈이 된다.
라이벌 김병지의 방어율이 23.8%인 점을 감안하면 그가 승부차기에서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골키퍼는 보통 승부차기 방어율이 20%만 넘어도 A급으로 평가된다.
이운재는 2005년 10월 FA컵축구 32강전 수원시청과 '수원 더비'에서 마지막으로 승부차기 방어선에 섰다. 그 때도 승리했다.
그리고 2년 만에 다시 맞은 승부차기에서 베어벡 감독과 태극호 동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승부차기에 관한 한 '절대 지존'인 이운재의 방어 능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한 때 소속 팀에서도 벤치 워머로 전락하며 절치부심해야 했던 그는 승부차기에선 국내외 어떤 수문장에도 밀린 적이 없다.
해답은 이운재가 작년 1월 자전 에세이로 펴낸 '이기려면 기다려라'는 책에 나와있다.
이운재는 청주 대성중학교에 다닐 때 센터포워드를 봤고 미드필더와 스토퍼도 선 적이 있는 필드 플레이어 출신이다.
100m를 12초에 주파해 스피드도 수준급이었다.
'수문장 이운재'의 인생이 시작된 건 청주상고에 진학하면서부터.
당시 고교 입학 전 동계훈련에서 이운재는 지구력 문제로 고민했다. 스피드는 괜찮았지만 이른바 '운동장 선착순'을 할 때면 지구력이 모자라 꼴찌를 하기 십상이었다.
마침 청주상고엔 쓸만한 골키퍼가 없었다. 학교에선 1학년 골키퍼가 필요했고 이운재는 결국 장갑을 받아들었다.
그런데 골키퍼 훈련이라고 만만하진 않았다. 하루 7시간씩 강행군이 이어졌고 입학 이후 전국추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는 하루에 100번씩 승부차기 방어 훈련을 했다고 한다.
그 무렵 이운재는 이미 키커의 미세한 움직임을 읽어내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고교 시절 이운재는 승부차기 불패 신화를 만들기 시작했고 소문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7년 아시안컵에서 연달아 4강을 견인한 이운재의 방어력은 17년 전 땀방울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연합뉴스).
제가 젤루 좋아하는 선수인데..넘 신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