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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투기자의 '촌지실록'<2> ... 기자실 간사 선-후배 지방출장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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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투기자의 '촌지실록'<2> ... 기자실 간사 선-후배 지방출장 '작전'
"야! 우리 '낑' 받아 본지 한참 됐지?"
  • 정리=김영인 기자 kimyin@consumernews.co.kr
  • 승인 2007.07.31 13: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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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투 기자는 속물일보(俗物日報)에서 10년쯤 기자생활을 한 중견급 기자다. 틀이 잡혀가는 기자다. 지금은 한국은행을 출입하는 기자다.

    정상적인 보통 직장에서는 말단사원이 입사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승진을 한다. 대리나 주임을 거쳐 과장, 차장, 부장, 임원 등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신문사는 그렇지 못하다. 평기자로 10여 년을 근무해야 차장대우로 승진할 수 있다. 차장도 아닌 '대우'다. 기나긴 10여 년 동안 단지 호봉만 오를 뿐이다.

    따라서 신문사 편집국은 '피라미' 기자도, 중견 기자도 그냥 '기자'다. 차장대우라는 '꼬리'를 달기 전에는 모두 기자다. 김봉투 기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서열을 대단히 따진다. 군대만큼 심하다. 자신보다 입사가 빠르고, 호봉이 높은 기자는 반드시 '선배'라고 불러야 한다.

    반면, 선배 기자는 후배 기자를 '후배'라고 불러주지 않는다. 단지 이름만 부른다. 이름 뒤에 '씨'라는 말조차 붙여주지 않는다. 동기생끼리도 서로 이름만 부른다. 일반 직장에서는 불쾌하게 생각할 일이지만, 기자사회에서는 통한다. 어쩌면 전통이다.

    다른 신문사의 기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자기보다 연륜이 높으면 '선배'라고 불러야 한다. 맞먹으려들다가는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김봉투 기자가 출입하고 있는 198x년의 한국은행에서도 서열은 지켜지고 있었다. 김봉투 기자는 평소처럼 오전 10시쯤에 기자실에 도착했다. 이곳저곳 전화를 해보고, 취재하러 나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으로 그쳐야 했다.

    기자실 '간사'인 A신문의 선배가 "야, 봉투야. 잠깐 보자"며 부른 것이다. 김봉투 기자는 선배와 함께 기자실 한 귀퉁이에 있는 골방으로 들어갔다.

    선배가 말을 꺼냈다.
    "야, 너 요즘 궁하지."
    "예. 도대체 '낑' 받아본 기억이 아득합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때도 되었으니까, 우리 지방출장 한번 가자."
    "아, 그거야 좋지요. 언제쯤 잡고 있는데요."
    "쇠뿔이니까, 단김에 빼자. 다음 주에 가는 걸로 하자."

    선배가 말을 계속했다. 일방적인 지시 비슷한 말이었다.
    "나도 여기저기 다닐 테니까, 너도 '콜' 좀 거들어라."

    대화 중에 나온 '낑'이라는 게 뭔가. 바로 '촌지'를 의미한다. 기자사회에서 통용되는 은어다. '콜'은 아마도 영어로 'call'이다. '촌지'를 불러들인다는 얘기일 것이다. '슈킹'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용어도 사용되고 있다. 선배의 말은 '출장'을 가려면 교통비, 술값 등이 필요하니까 이곳저곳에서 거두자는 얘기로 요약되는 것이다.

    "대기업 가운데 삼성, 현대 등등에는 내가 얘기하겠다. 너는 은행 출입을 제법 했으니까, 시중은행 몇 개 맡아라. 그 중에서도 삐딱한 은행은 특별히 신경 좀 써라."

    기자실의 '간사'는 통상적으로 출입을 오랫동안 한 고참기자가 맡는다. 보도자료가 나오면 언제부터 보도할 것인가 '엠바고'를 결정하는 '권한'을 쥐고 있다. 물론 다른 출입기자들과 상의해서 결정한다.

    그러나 그런 '권한' 이외에 '책임'과 '의무'도 있다. 출입기자들의 '복리후생'에도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출입기자들의 주머니사정이 고달프지 않도록 만드는 것도 '간사'가 하는 일 가운데 하나다. 다름 아닌 '낑'을 긁어서 챙겨주는 일이다. 어떻게 보면 '낑'을 챙겨주는 업무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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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노랑 2006-11-09 08:33:21
적나라하긴 한디...사실여. 기자들 하는말은 믿을 수가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