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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12 베라크루즈, 보이지 않는 환골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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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2012 베라크루즈, 보이지 않는 환골탈태
  • 김용로 기자 jjimcarrey@hanmail.net
  • 승인 2012.01.31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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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겨울에 나온 베라크루즈.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던 6기통 디젤엔진에 240마력이라는 엄청난 출력, 유럽차를 능가하는 정숙성으로 '럭셔리 유틸리티 차량(LUV)'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모델이다.

필자는 지난 2007년 6월에 4륜 베라크루즈를 구입해 지금까지 각종 튜닝을 하며 즐기고 있고, 이번 시승기 작성에 함께 참여한 '카포탈'의 민준식 기자 역시 2007년 3월 2륜 모델을 구입해 약 2년여 간 주행한 경험이 있어 더욱 각별한 애정을 느끼는 차량이다.


이번 시승기의  내용 또한 이전 모델 시승에 대한 경험을 반영해 '전에는 이랬는데 지금은 이렇다'라는 식의 비교 내용이 많을 거란 사실을 미리 알려드린다.

현재 베라크루즈를 타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시승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베라크루즈의 경우 5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며 여러 번 마이너체인지를 겪었다. 그 때마다 원가절감을 위해 보이지 않는 부분을 건드리거나 승차감이나 소음 등 감성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일부 부품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등 여러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이번 모델 변경은 엔지니어링 측면으로 보았을 때에는 풀모델체인지에 가깝다. 자동차의 핵심인 파워트레인(엔진과 변속기)을 바꾸었기 때문.

엔진은 유로5 규정을 만족시키는 S2엔진. 255마력의 최대출력과 48kg-m의 강력한 토크를 자랑한다. 모하비에 얹힌 엔진의 변형이다. 이전보다 출력은 10마력 토크는 2kg-m 올라갔다. 요즘 나오는 최신 디젤 엔진과 마찬가지로 매연을 걸러주는 DPF가 장착되어 있고 보다 복잡한 엔진 컨트롤로 제어되고 있다. 이전 모델과는 달리 매연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변속기는 6단 자동방식은 그대로이지만 이전 일본 아이신제품이 아니라 국산 파워텍의 A6LF3 변속기로 바뀌었다. 쏘렌토R 2.2, 싼타페 2.2에 올라간 것과 동일한 유닛이다.










새 모델의 외관은 새로이 디자인된 휠을 제외하고는 바뀐 곳이 없다. 5년여 전 파격적이던 디자인은 이제 익숙함과 원숙함으로 다가온다. 당시 SUV는 '일하는' 사람들이 타는 차'라는 짐차 이미지였다. 그러나 최근  진정한 럭셔리카로서의 아이콘으로 당당히 태어나 여전한 애착을 갖게 하고 있다.




엄청나게 넓은 실내는 편안하게 배치된 각종 편의장비를 컨트롤하는 스위치들로 짜임새있게 구성되어 있다. 넉넉한 시트, 조금은 높은 듯한 시팅포지션도 바뀌지 않았다. 편안한 쿠션의 운전석이지만  옆구리를 잡아주는 지지력이 없는 것이 아쉽다.

시동을 걸어보니 예전의 칼칼한 엔진음이 창밖으로 들어온다. 창문을 올리니 이내 고요해진다. 공회전 엔진음은 상당히 조용하다. 다만 약간의 진동이 느껴진다. 특히 이전 베라크루즈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공회전을 할 때 상당한 진동과 함께 웅웅 거리는 공명음이 들렸고 실제 계측기로 측정을 해도 50데시벨에 육박했다.




위 사진은 외 기온 영하3도에서 실내소음을 측정한 결과다. 이전 모델의 따뜻한 날 소음도와 같다. 진동은 약간 있지만 같은 조건에서의 공명음과 진동은 상당히 개선되었음을 볼 수 있다.

달릴 때의 소음도는 상당히 조용하다. 이전 모델보다 가속시의 소음도 훨씬 조용하다. 최대 가속을 할 때 이전 모델은 68데시벨이 나왔는데 지금모델은 62데시벨에 불과하다. 귀로 느껴질 만큼 정숙성이 향상되었다.

정속 주행 소음은 이전과 비슷하다. 워낙 조용하기로 알려진 차이기 때문에 이 부분의 개선은 크지 않았다. 느껴질만큼 개선된 부분은 초반 가속성능이다. 이전 베라크루즈는 초반에는 둔하게 나가다가 속도가 붙으면 시원한 가속성능을 보였는데 신모델은 초반부터 치고나가는 기세가 만만치 않다.

국산 변속기에 대한 불신의 시선은 아직도 있다. 하지만 지난 2년여의 기간동안 다른 차종에 적용된 파워텍 변속기는 이미 상당부분 검증이 된 상태이다. 이미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는 '국산미션은 하자 덩어리!!'라는 편견을 한 곳에 치워놓고 운전을 해보면 새로 장착된 국산 변속기가 엔진과 궁합이 더 잘 맞는다.

아이신 변속기는 초반 1~3단은 슬립이 상당히 있다가 4단 시속 60km부터 락업 클러치에 의해 엔진과 변속기가 직결되면서 경쾌한 가속이 시작된다. 신형 변속기는 시속 40km, 3단부터 락업이 걸린다. 이 속도부터는 수동 변속기와 같다고 해도 무방한 것이다. 미끄러짐, 즉 동력 손실이 없이 강력한 토크가 전달되니 차가 가볍지 않을리가 없다.

변속 충격도 없다. 오히려 좀 있었으면 했다. 변속 충격을 없애려고 일부러 기어가 바뀔 때 시간을 끄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다.




기어비가 촘촘하다. 각 단마다 꽤 오래 끌어주며 변속이 천천히 되던 아이신 변속기와는 달리 신형 미션은 1단에서 3단까지는 참 바쁘게 변속된다.

시속 100km에서의 엔진rpm은 1800근방이다. 이전모델이 1500rpm이하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촘촘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소 둔한 초반 반응을 참지 못한 많은 오너들이 사비를 들여 봉인된 출력을 끌어내던 ECU맵핑이 2012년형에는 크게 필요가 없을 듯하다.



노면이 젖은 상태에서 1단 2단에서 앞바퀴가 심하게 미끄러지면서도 시원하게 치고나가는 가속력이 일품이다. 휠스핀을 제어하는 VDC를 꺼도 결정적인 순간에 제어를 한다. 초반에 rpm이 갑자기 두 번 떨어지는 것이 보이는데 이 때가 VDC가 강제로 개입해서 출력을 떨구는 것이다.

제로백은 8.5초, 400미터는 15.9초에 끊었다. 적어도 가속성능에 대한 불만은 없을 것이다. 초반 0.5초는 휠스핀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보정된 데이터이다. 핸들링과 승차감은 2010년부터 나온 압력감응형 댐퍼 덕택에 초기모델에 비해 비약적으로 개선되었다. 출렁거림은 적당히 억제되어 있고 잔진동을 거르는 능력도 좋다. 부드럽고 나긋나긋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고속 주행도 받아준다.

그러나 제한속도를 넘기는 고속으로 넘어가면 안정적이던 자세가 다소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이 차에서 BMW의 안정감을 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겠다. 하지만 일상 영역에서의 성능은 세계 어느 럭셔리 SUV와도 견줄만하다.



시커먼 배기구여 이제 안녕~!

원래 베라크루즈의 배기구는 세련된 크롬으로 되어있다. 그런데 매연 때문에 이 부분이 항상 새까맣게 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는 그런 걱정이 없다. DPF가 매연을 걸러주기 때문이다. 이틀 동안의 혹사에도 깨끗한 머플러팁을 보면 알 수 있다. 기어비가 촘촘해지고 순항rpm이 올라갔어도 연비는 오히려 좋아졌다. 심한 테스트 주행을 했는데도 연비가 거의 10km/L를 육박한다.






또하나 주목할만한 개선은 도장 품질의 개선이다. 이전 모델은 사실 자글자글한 오렌지필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다.


5년전 이 차를 구입하면서 느꼈던 아쉬움. 그리고 이런 점을 개선하고자 러브베라에서 활동하면서 들였던 노력과 정성. 그래서 베라크루즈는 개인적으로 각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오랫만에 다시 몰아본 새 베라크루즈를 돌려주며 이런 느낌이 뇌리를 스친다. '아! 진작 이렇게 좀 만들지....' 시간이 지나면 노하우가 쌓이고 이런 부분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상품이 개선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사실 부분변경이 아니라 완전 변경이 되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파워트레인을 바꾼 베라크루즈. 온갖 루머가 있지만 앞으로 최소 1~2년은 이 모양으로 계속 나올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이제 구식 모델이라 별로 눈이 안 갈지도 모른다. 연식이 바뀌고 동력 계통이 바뀌었고 가격도 올랐다. 구매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차를 몰아본 후에는 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보다 개선된 폭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실제 관심이 있으신 독자들께는 꼭 시운전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만큼 매력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2012년 개선된 베라크루즈 시승기를 마치며 이 말 한마디는 하고 싶다. 싼타페 후속(프로젝트명 DM)이 아무리 롱바디 버전에 빵빵한 옵션으로 대형 SUV 시장에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려고 해도 대형 SUV의 그윽한 품격과 클래스는 함부로 끼어들어올 수 없다고 말이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다. 국내에 있어서 현대차 모노코크바디 대형 SUV인 베라크루즈와 기아차 프레임바디 대형 SUV인 모하비의 클래스를 채워줄 차량은 한동안 보기 힘들 것으로 본다. 사람 마음 참으로 간사한 것이 갑자기 지금 가진 베라크루즈를 처분하고 이 신형 모델을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피어오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김용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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