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시작하면 '올 인' 하는 성격인 김미려(25).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2005년 개그맨 김태균에게 사인을 받다 캐스팅된 직후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습을 시작하며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였다.
당시 "극장에 한번 와보라"는 김태균의 말에 이튿날 당돌하게 찾아간 그는 소속 개그맨들이 빙 둘러앉은 자리에서 개그 대신 노래를 선보였다. 그 인연으로 지난해 4월 컬투의 김태균ㆍ정찬우와 함께 혼성 3인조 그룹 하이봐로 데뷔했다.
그러나 김미려란 이름을 세상에 알린 건 MBC TV '개그야'의 히트 코너 '사모님'. '김기사~ 운전해, 어서~'란 유행어로 개그계를 짊어질 '젊은 피'의 중심에 섰다.
개그우먼으로서 탄탄대로를 걷기 시작한 김미려가 방향을 틀어 가수가 되겠다고 또다시 '올 인'을 선언했다. 최근 종영한 케이블채널 Mnet 리얼리티 프로그램 '미려는 괴로워'를 통해 작곡가 김형석의 지도 아래 가수 준비과정을 공개했다. 현재 소프트 록 등이 담긴 솔로 데뷔 싱글 음반을 녹음하고 있다.
"사실 제 데뷔는 가수예요. 하이봐 여성 보컬. 하하. 엑스재팬, 자우림에 꽂혀 있던 중고등학교 때부터 가수가 되고 싶었죠. 기타, 베이스도 연주할 줄 알아요. 고교시절 광주에서 스쿨밴드도 했고요."
그러나 개그를 그만둔 건 결코 아니다. 가수는 꿈꿔왔던 일에 용기를 내 도전한 것이고 향후 개그우먼, 가수,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를 모조리 섭렵하겠단 각오다. '사모님' 코너 아이디어 검사를 맡을 때도 떨 만큼 무대 공포증이 심했던 그를 떠올리면 발전적인 변화다.
'미려는 괴로워'에서 김미려는 체중 감량이란 외적인 탈바꿈을 시도해 악플(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가수를 한다더니 지방 흡입을 하며 외적 변화에만 치중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술과 군것질을 끊고 식단을 조절했고 매일 아침 8시 조깅을 시작으로 운동에 전념한 끝에 11㎏을 감량했다.
김형석ㆍ성시경 등에게 혹독하게 혼나며 보컬 트레이닝 및 녹음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병원에 다니며 성대결절로 고생하는 장면에선 안쓰러울 정도였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욕 먹어도 끝까지 해내자는 생각뿐이었다.
"여수에 계시는 부모님이 TV를 보시다 막내딸이 고생하는 모습에 밥상을 앞에 두고 눈물을 흘리셨대요. 아버지는 식사를 하던 중 슬그머니 수저를 내려놓으시더래요. '딸이 굶으니 밥이 안 넘어간다'면서요. 전엔 딸 취급도 안 하셨는데 돈 버니까 예뻐해주시대요. 하하. 제가 뮤지컬 하는 공연장으로 전복을 싸들고 오신 거 있죠."
'미려는 괴로워'를 촬영하며 또 다른, 남모를 고충도 있었다.
"체중 감량의 괴로움보다 노출이 더 고통이었다"는 그는 "거품 목욕과 수영장에서 운동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옷 밖으로 튀어나온 살을 보여주는 게 정말 싫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런 걸 만천하에 공개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라고 고백했다.
프로그램이 종영되자 주위 동료들은 '이제 괴로움에서 벗어났겠다'며 축하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유독 프로그램 도중 눈물도 많이 보였다.
"눈물 때문에 유약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전라도 출신이어서 '깡'이 있어요. 힘든 일도 잘 버티죠. 제가 운 건 주위의 질타로 인한 상처가 아니라 제 성에 안 차서 흘린 눈물이에요. 저를 다독이며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 감사할 따름이죠."
일단 8월 열린 Mnet의 한 시상식에서 '달콤한 인생'이란 자신의 노래로 가창력 면에선 합격점을 받았다.
그는 "하이봐로 인생의 계단을 열 문 앞에 섰고 '사모님'이 그 문을 열어줬다"며 "이제 가수로서 계단을 힘차게 밟고 올라갈 것이다. 욕심도 엄청 많아졌다"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