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조의 성공에 이어 논현동 먹자거리에는 점포형 포장마차인 ‘한신포차’, 우삽겹의 원조 ‘본가’ 분식점의 새로운 장을 연 ‘행복분식’ 열탄에 구워먹는 고기가 일품인 ‘새마을식당’까지 거대한 외식 패밀리 군단이 있다.
패밀리 군단의 승승장구와 함께 최근 리모델링으로 새로운 변신을 도약한 ‘원조쌈밥’집은 인기도 원조 그대로다. 초저녁부터 넥타이 부대의 돌격을 시작으로 웰빙다이어트를 실천하는 20대 꽃다운 언니들, 나이 지긋하신 분들까지 남녀노소 구분 없는 팬들로 대기표 번호는 끝이 어딘지 모를 지경이다.
저녁 9시에 가도 30분은 기다려야 할 정도니 그 인기가 대략 실감이 간다.
기다림에 지쳤다지만 단돈 7천원에 쌈밥정식을 시키고 나면 컨디션 급상승이다. 테이블 바깥쪽에 그마저도 특허 등록된 쌈 바구니에 놓여진 30여종의 각종 쌈, 하나씩 놓이는 된장찌개와 각종 반찬들에 놀라는 것도 잠시, 대패삼겹살이 신선한 빛깔과 곱게 마블링 된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31가지의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재미가 있다지만 이곳에서는 30가지의 쌈이 다 내 것이기에 더욱 즐겁다. 마음에 드는 쌈 종류 두 세장을 올려놓고 그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 적당히 익힌 대패 삼겹살을 살포시 얹은 후 파무침과 해물쌈장으로 마무리해 먹는 그 맛은 감동이요, 행복 그 자체다.
기본적으로 쌈밥정식을 시키면 대패삼겹살이 나오지만 양이 모자라다 싶으면 추가해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집의 인심 가득 쌓인 쌈들을 보면 막상 쉽지 않은 결정이다. 또한 이곳에서는 해물쌈장을 따로 팔고 있는데 가격은 3천원이다.
기본 쌈장이 나오기는 하지만 해물쌈장을 한번이라도 맛본 사람이라면 필수옵션 메뉴다. 갖가지 야채와 조개, 오징어 등의 해물을 볶아 만든 해물쌈장은 쌈의 맛을 더욱 향상시켜줄 뿐만 아니라 간장게장과 어깨를 견주어도 손색없을 밥도둑이 된다.
한상 가득 먹고 나면 깔끔한 숭늉이 나오는데 이곳의 인심이 어디까지인가 반문하게 되고 만다. 두둑해진 배를 두드리며 부담감을 느끼기 보다는 온 몸이 웰빙으로 가득 찬 것 같아 흐뭇해진다.
만약 조금이라도 ‘물배’가 남았다면 같은 건물에 있는 ‘원조벅스’에 들려보자. 가게 앞에는 모 커피체인점을 패러디한 로고가 붙어 있는데 백종원 사장의 얼굴이 들어간 로고가 굉장히 유머러스하다. 이곳의 대표메뉴 냉커피는 천오백원인데 컵 크기가 대략 강호동 팔뚝만하다. 보통 커피숍에서 파는 ‘그란데사이즈’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백 사장님이 직접 개발했다는 커피의 맛은 사이즈에 쳐지지 않는 가격대비 최고의 맛이다. 가격타산이 도저히 안 맞겠다 싶어 물어봤더니 손님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서비스 차원이라고 한다. 아이스티는 천오백원, 온커피는 천원에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현재 가을을 맞이하여 핫초코 개발이 한창인 홍보 담당자는 하루 종일 핫초코 맛만 보느라 미각을 잃은 거 같다고 했다.
/출처:한겨레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