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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죽은 극빈자 일기 "주먹밥 하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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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죽은 극빈자 일기 "주먹밥 하나만"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10.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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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텅 비었다. 주먹밥을 하나만 먹고 싶다. 25일간 밥을 먹지 못했다"

일본 규슈(九州) 북동부의 한 도시에서 50대 남성이 굶어죽은 사건이 양극화의 골이 깊게 패고 있는 일본사회 복지정책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IHT)이 12일 보도했다.

기타규슈(北九州)에 거주하는 52세의 한 남성은 집에서 숨진지 한달만인 지난 7월10일 바짝마른 미라와 같은 형상으로 발견됐다. 그의 사망이 일본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끈 것은 그가 남겼던 처절한 일기 때문이다.

일기에는 당국에서 지급받던 생활보조비가 끊긴 경위와 열흘간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굶은 이야기, 체중의 급격한 저하, 주먹밥을 하나만 먹을 수 있으면 소원이 없다는 바람 등 아사(餓死)자의 적나라한 최후가 빼곡히 적혀있다. 이 일기장이 보도된 뒤 일본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기타규슈에서는 지난 3년간 매년 1명씩 이 남성과 동일한 아사자가 발생했었다. 그들 역시 당국에 의해 생활보조비가 거절됐으며 집안에서 굶어죽은 채 발견됐다.

극빈자들의 잇단 아사는 기타규슈 당국을 곤혹스럽게 했다. 그간 이 도시의 사회복지정책이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꼽혀왔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2000-2006년 생활보호대상자는 0.84%에서 1.18%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사회양극화가 심화됐던 탓이다. 하지만 기타규슈는 오히려 1.28%에서 1.26%로 감소했다. 생활보조비 지출의 75%를 감당하는 중앙정부가 2003년 이래 관련예산을 줄이기로 한 뒤 기타규슈는 '모델'로 부각한 것이다.

기타규슈 극빈자들의 잇단 아사와 아사자의 일기장 공개는 시 당국이 생활보조비 지출을 위한 '내핍'을 무리하게 밀어붙였음을 보여준 셈이다. 신문은 일본 경제상황이 변모하면서 인간이 처러야 하는 대가를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도쿄 호세이대학 사회복지 전공인 스기무라 히로시 교수는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사회복지 대상에 편입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풍토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대상자들에게 까다롭게 구는 것도 그런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방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납세자의 돈을 사용하는 것이 시민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은 시민이 아니며 납세자만이 시민"이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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