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을 고액권 초상 인물로 선정하는 것은 일제 식민지 시대의 잔재를 강화하는 것이다."
여성주의 문화단체 ㈔문화미래 이프가 15일 오후 서울여성플라자에서 개최한 '새 화폐 여성인물 어떤 여성이어야 하는가' 토론회에 참석한 여성계 인사들은 고액권 초상인물에 여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지만 신사임당은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기조 발제자로 나선 김경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은 여성 인물을 채택하고 있는 다양한 나라의 화폐를 소개하면서 새 고액권 화폐에 여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그러나 한국은행이 발표한 고액권 인물 후보 10명에 포함된 신사임당에 대해 "훌륭한 예술가이기는 하지만 가부장적 한국 사회가 선택한 현모양처의 전형적인 여성상"이라며 채택을 반대했다.
현재 고액권 초상인물 후보 10명 가운데 여성은 신사임당과 유관순 등 2명이다.
김 원장은 "신사임당은 초등학교 교과서 단원의 제목과 같이 대학자 '율곡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표 여성상으로 자리를 차지했던 것"이라면서 "자신의 지위와 재능을 사회적 공헌으로 확대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 화폐에 들어갈 여성은 현 시대 여성들의 롤모델을 말해주는 표상"이라면서 "신사임당이 선정되면 우리나라가 아직도 가부장적인 가치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내놓는 것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미래 이프 이사 김신명숙씨는 "연구들을 살펴보면 '현모양처'가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일제 시대"라면서 "당시 국민 통제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현모양처'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신사임당을 화폐 인물로 선정하는 것은 친일 잔재의 청산이라는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어 "새 화폐 여성 인물은 개인으로서의 존엄성과 주체성을 가진 여성,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시민 사회를 위해 공적인 활동을 한 여성, 가부장제의 병폐를 치유할 여성적 가치관을 갖춘 여성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은광순 호주제폐지 시민모임 대표 또한 신사임당이 새 화폐 여성 인물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화폐 인물로 적합한 여성으로 유관순을 추천했다.
그는 "성별과 연령의 장벽, 식민시대의 억압 등을 뛰어 넘었던 유관순은 성차별의 극복, 사회 정의의 구현, 현실 참여 등을 통해 남녀 모두에게 힘 있는 에너지를 나눠주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