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특별5부(조용호 부장판사)는 여직원들을 성희롱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구제받지 못한 김모씨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대기업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김씨는 2003년 자신의 사무실에서 A씨(여)에게 목과 어깨를 주물러 달라고 하고 B씨(여)에게는 수차례 전화를 걸어 "집이 비어 있는데 놀러 오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회식 뒤에는 여직원의 볼에 입을 맞추고, 실적이 좋을 때에는 칭찬과 함께 뽀뽀까지 하려고 했다.
또 자신의 지점이 전국지점 중 1위를 한 것으로 나타나자 흥분을 이기지 못해 옆에 있던 여직원을 갑자기 껴안고, 최우수지점 선정 축하 회식 때에는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여직원의 귀에 입을 맞추거나 엉덩이를 치기도 했다.
김씨는 이런 이유로 사측으로부터 징계 해고를 당했다가 서울지방노동위의 부당 해고 판정으로 복직했으나, 또다른 여직원을 성희롱했다는 점과 자신의 비위를 은폐 합리화하기 위해 피해 여직원들을 접촉해 회유했다는 이유로 다시 해고됐고 이번에는 중노위의 구제를 받지도 못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유사행동이 반복됐을 뿐 아니라 그 행위의 내용이나 정도가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이나 친밀감 있는 행동의 범위를 넘어 객관적으로 원고의 지휘ㆍ감독을 받는 여직원들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인 만큼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일부 여직원은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일 정도로 원고 행위가 중하다고 보이지 않고, 지점을 책임하는 관리자로서 직원에 대한 애정을 표시해 직장 내 일체감ㆍ단결을 이끌어낸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씨 행위가 사회적 인습이나 직장문화 등에 의해 형성된 평소 생활 태도에서 비롯돼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이뤄진 것으로 회사의 상벌규정에서 정한 해직요건인 `고의성이 현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자신의 비위를 은폐 합리화하기 위해 피해 여직원들을 접촉해 회유했다는 점에 대해 "징계대상자의 처지에 놓인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한 것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사측이 1차 해고를 취소한 뒤 특별히 새로운 비위사실이 없는데도 다시 해고한 것은 균형감을 잃었고, 해고 또한 지나치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