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편리한 디지털 도어록, 불나면 치명적
상태바
편리한 디지털 도어록, 불나면 치명적
  •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10.16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1세기 잠금장치의 혁명이라 불리우는 전자식 잠금쇠, 일명 디지털 도어록. 열쇠를 챙겨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편의성 때문에 2000년대 초반 100~200%의 폭발적 시장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빠르게 확산되었다. 그러나 화재 발생시 수동 개폐장치 사용이 불가능해 현관문이라는 가장 주요한 대피로를 차단하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중에 나온 디지털 도어록 종류만 200여가지. 2006년 기준으로 네 집 당 한 집이 디지털 도어록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일반화된 생활용품이며 업계추산 시장규모만 1500억여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 디지털 도어록 중 일부제품은 화재 시 본체 플라스틱이 녹아내려 걸쇠에 엉겨붙으면서 수동 개폐장치를 망가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가정에서 불이나면 디지털 도어록 때문에 꼼짝없이 화재현장에 갇히는 셈이다. 때문에 시민들은 불안을 너머 일부에서는 열쇠키로 회귀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마포구에 사는 박승준씨(32)는 “열쇠 챙기는 것이 번거로워 전자키로 바꾸고 싶지만 아내가 불 나면 갇힐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후로는 결사 반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12월 용산에 있는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디지털 도어록이 작동하지 않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업계도 문제점을 인식해 고온에서도 본체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신제품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아이레보의 김신형 대리는 “270도 고온에서 10분간 견디고도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는 등 고객의 안전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와함께 디지털 도어록만 마치 화재시 탈출구를 막는 주범이 된다는 인식을 억울해하고 있다. 한 디지털 도어록 개발업체 관계자는 “도어록의 본체가 녹을 정도의 상황이면 이미 생존이 불가능 할 것”이라며 “창문을 이용해 탈출하는 게 대부분 아닌가”라고 말했다.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김한영 김천대 교수(소방안전관리과)는 “일반적인 가정에서 현관문은 창문과 함께 가장 주요한 비상구라는 것은 상식”이라며 “비상시 현관은 언제든 탈출할 통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화재시 디지털 도어록의 오작동으로 집안에 갇힐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인정한 산업자원부에서는 서둘러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기술표준원 김원석 연구원은 “60도 이상의 고온에서 자동적으로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기능을 갖추도록 하는 등 안전관련 규정이 골자다”라고 말했다.

이 규정에 따라서 2007년 4월 이후에 출시되는 제품들은 반드시 KPS 규격을 통과해야 판매가 가능하다. 이어 김연구원은 “디지털 도어록을 구입할 때 제고품보다 되도록이면 안전규격을 통과해 KPS나 KS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혔다.

김민현기자(kies@heraldm.com)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