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는 1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츠니키 경기장에서 끝난 유로2008 E조 예선 잉글랜드와 홈 경기에서 전반 웨인 루니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교체 멤버 로만 파블류첸코가 페널티킥 동점골과 역전골을 연달아 터트려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뒀다.
6승3무1패(승점 21)가 된 러시아는 한 경기를 더 치른 잉글랜드(7승2무2패.승점 23)를 승점 2차로 바짝 추격했다.
러시아는 남은 이스라엘, 안도라와 경기에서 전승할 경우 잉글랜드가 마지막 남은 조 1위 크로아티아전에서 이기더라도 최소한 조 2위를 확보해 유로2008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8승2무(승점 26)로 조 1위를 지키고 있는 크로아티아는 마케도니아 원정에서 비기기만 해도 본선에 오른다. 잉글랜드는 크로아티아를 무조건 잡고 이스라엘이 러시아와 비겨주길 기대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유로2008 본선에는 각조 1,2위 팀만 오를 수 있다.
출발은 잉글랜드가 좋았다. 루니가 전반 29분 마이클 오언의 패스를 꽂아넣어 리드를 잡았다.
감독 지휘봉을 잡고 잉글랜드에게 9전 전패한 히딩크 감독에게 또 시련이 닥치는 듯 했다.
그러나 히딩크가 띄운 교체 카드 승부수는 거짓말처럼 들어맞았다.
후반 13분 투입된 파블류첸코는 24분 루니의 파울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꽂아넣고 4분 뒤 알렉세이 베레주스키의 슛을 잉글랜드 골키퍼 폴 로빈슨이 쳐내자 문전 쇄도해 솔 캠벨과 조레온 레스콧 사이에서 볼을 따낸 뒤 천금 같은 역전골을 뿜어냈다.
다급해진 잉글랜드는 경기 종료를 10분여 남기고 프랭크 램퍼드와 스튜어트 다우닝, 피터 크라우치를 투입했지만 1973년 이후 34년 동안 모스크바에만 오면 러시아에 이기지 못하는 징크스를 이어가게 됐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뿐만 아니라 선수와 코칭스태프까지 팀 전체가 자랑스럽다. 34년간 러시아가 홈에서 잉글랜드에 패하지 않았다는 걸 몰랐는데 이제 기쁨이 두 배가 됐다"고 했다.
반면 스티브 맥클라렌 잉글랜드 감독은 "실망스럽지만 루니의 반칙이 페널티킥으로 이어진 건 분명히 오심이다. 페널티박스 밖에서 일어난 반칙이었고 부심이 그걸 봤지만 주심에게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A조 포르투갈은 종료 직전 결승골을 터트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활약에 힘입어 카자흐스탄을 2-1로 꺾고 승점 23을 기록하며 세르비아(승점 20)에 앞서 2위를 지켰다.
B조에서는 1위를 달리던 스코틀랜드가 약체 그루지야에 0-2로 패해 발목을 잡힌 가운데 프랑스가 티에리 앙리의 2골로 리투아니아를 2-0으로 꺾고 선두로 올라섰다. B조는 프랑스(승점 25), 스코틀랜드(승점 24), 이탈리아(승점 23) 3팀이 막판 혼전을 벌이게 됐다.
C조에 속한 디펜딩 챔피언 그리스는 터키 원정에서 1-0 승리를 거두고 승점 25를 챙겨 3위 터키(승점 18)보다 승점 7이 앞서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고, D조 체코는 이미 본선행을 예약한 독일을 3-0으로 완파하며 나란히 본선에 올랐다.
F조에서는 1위 스웨덴(승점 23)이 북아일랜드와 1-1로 비기면서 2위 스페인(승점 22)과 격차를 벌리지 못했고, G조 선두 루마니아는 룩셈부르크를 2-0으로 격파하고 본선행을 확정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