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듯한 가짜 첨부서류와 함께 날아오는 이 같은 내용의 사기성 스팸 메일을 휴지통에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 사기 행각을 벌여온 60대 남성이 결국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18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이모(60)씨는 지난 3월 난데 없이 "2002년 사망한 리궈진이라는 여성이 홍콩 은행에 유산으로 1억3천만 달러를 남겨 뒀으니 연락을 바란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그럴 듯한 유산상속 청구신청서 등의 첨부파일이 있었지만 보낸 사람은 물론 수신인도 제대로 표시돼 있지 않은 영락 없는 스팸메일이었다.
며칠 뒤 이번엔 보내는 이가 `Donation Fund'(기부재단)로 돼 있는 이상한 스팸 메일이 또 다시 이씨에게 날아들었다.
여기엔 "암으로 5개월밖에 살지 못하니 런던 은행에 있는 1천750만 달러를 인류가 더 나은 삶을 사는데 기여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어 4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광업회사 대표인데 미국 광산회사를 알선해 준 대가로 4천만 달러를 주겠다"는 스팸 메일이 또 다시 날아들었다.
"거액을 줄 테니 약간의 행정 수수료만 내라"는 식의 사기성 스팸메일을 수 차례 받게 되면서 이씨는 이를 `재활용해' 사기 행각을 벌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4월 24일 지인을 통해 알게 된 A(52)씨를 성동구에 있는 한 시중은행 지점장실로 불러들였다.
이 은행 지점장과 일면식도 없던 이씨는 A씨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은행장실에 들어가 다짜고짜 "잠깐 사람만 만나고 가겠다"며 주저 앉았고 은행 직원들은 소란이 날까봐 어쩔 수 없이 이씨를 쫓아내지 못했다.
번듯한 은행장실에 `초대된' A씨는 "남아공 다이아몬드 광산을 미국에 알선해 4천만 달러를 받게 됐는데 송금 수수료 3천만원이 없으니 빌려주면 이틀 안에 4천만달러의 1%를 주겠다"는 이씨의 감언이설에 홀랑 속아 넘어가고 말았다.
한 번 범행에 성공해 자신이 붙은 이씨는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4월 30일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 받은 B(56.여)씨에게 역시 같은 방법으로 사기를 쳐 5천만원을 받아 냈다.
이씨는 검찰에서 "나도 내가 받은 메일이 정말인 줄 알았다. 메일을 보낸 쪽에 해외 송금을 해 주기도 했다"고 변명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최재경 부장검사)는 이씨가 스팸 메일을 진실로 믿었다는 말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18일 그를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