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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무서운 힘의 원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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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무서운 힘의 원천은?
  •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10.1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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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놀라움을 넘어 무섭습니다.”(국내 휴대폰업체 임원)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가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실적 발표 때마다 따라붙은 ‘사상 최고’(record-breaking), ‘경이적’(splendorous)이라는 표현은 이제는 식상하다. ‘무서울’(dreadful) 따름이다. 노키아가 올 3/4분기에도 ‘괴력’ 성적표를 내놓았다. 국내 업체들이 노키아를 벤치마킹하며 ‘극(克) 노키아’를 선언했지만, 노키아는 더 멀리 달아나고 있다.

휴대폰만이 아니다. 노키아는 콘텐츠 제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형식(휴대폰 및 하드웨어)과 내용(콘텐츠)를 모두 독식하겠다는 것. 10년 후를 내다 본 전략이다.

1865년 핀란드의 작은 시골 마을 제지 회사로 시작했다. 이같은 노키아가 휴대폰 최강자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힘을 과연 뭘까. 그리고 10년후 노키아는 어떤 모습일까. 그때도 노키아를 휴대폰 제조회사로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직도 배가 고픈 ‘절대강자’ 노키아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매 분기 경이적인 실적 노키아, 그 힘은? = 노키아의 3/4분기 휴대폰 판매량은 1억 1170만대를 기록,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전분기대비 11%, 전년동기대비 26% 증가한 것이다. 지난 2분기 판매량인 1억80만대 대비 1000만대 이상 휴대폰을 더 판매했다. 이는 모토로라를 제치고 2위자리에 오른 삼성전자의 올 총 누적 판매 실적보다 많은 규모다. 특히 영업이익률을 보면 입이 벌어질 정도다.

노키아는 이번 분기 회사 전체의 영업이익률은 14.4%를 기록, 전분기 대비 4%가량 하락했다. 그러나 휴대폰 부문만 놓고 보면 이익률이 오히려 더 올랐다. 전분기 20.9%에서, 22.6%로 경이적인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전자(12%), 모토로라. 소니에릭슨(12,7%), LG전자(8.4%) 등 경쟁업체들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은 수준. 특히 노키아는 전분기 38%를 뛰어넘어 3/4분기 시장 점유율 39%를 달성하는 등 매분기 시장점유율 상승, 40%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노키아는 왜 이렇게 강할까.

무엇보다 그 어느 업체도 따라올수 없는 원가경쟁력 체제에 있다. 노키아는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한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함께, 생산위탁 등 세계 각 지역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 휴대폰 원천기술부터 연구개발(R&D), 제조까지 완벽한 수직계열화를 통해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저가에서 고가까지 제품 라인업도 다양하다. 전 세계 14개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두고, 매년 100가지가 넘는 제품을 선보인다. 종업원 6만여명 중 3분의 1이 연구개발 업무를 맡고 있을 정도다. 한편 노키아는 3/4분기 순이익이 15억6000만유로(22억3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85% 늘어났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대비 28% 증가한 129억유로를 기록했다.

▶제지회사에서 휴대폰 최강자. 그리고 10년후 노키아는? = 1865년 제지 회사로 출발한 노키아는 80년대 말 문어발식 경영으로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며, 최고경영자(CEO)가 자살까지 할 정도로 큰 어려움에 처했던 회사다. 92년 ‘유럽의 잭 웰치’로 불리는 요르마 올릴라 회장이 CEO 자리에 오르며, 모태인 제지를 비롯해 가전ㆍPC사업을 모두 정리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그 대신 휴대폰을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 분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며, 성공의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다. 98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에 올라선 뒤 지난해에는 매출이 핀란드의 국가 예산을 넘어섰을 정도다. 그러나 10년후를 겨냥 노키아는 새로운 변신을 준비중에 있다. 앞으로 노키아를 휴대폰 제조회사로 부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노키아의 테로 오얀페라 최고기술경영자(CTO)는 “노키아는 단순히 휴대폰,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방송, 통신, 인터넷 뿐아니라 인간의 삶과 관련 모든 활동을 연결하는 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키아는 최근 음악 및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포털 ‘오비(Ovi)’를 선보이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인터넷은 물론 이동통신사의 영역인 플랫폼과 콘텐츠 서비스 분야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더 이상 휴대폰 최강자가 아닌 모바일 인터넷 및 콘텐츠 제왕의 자리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관련 기업들도 잇따라 인수ㆍ합병(M&A)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이같은 행보는 노키아 추격에 나선 국내 업체들에게도 결코 쉽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드웨어에 이어 콘텐츠 시장까지 노키아가 장악한다면, 국내 업체들의 노키아 추격은 영원히 말뿐인 구호로만 그칠 공산이 크다.

박영훈 기자(par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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