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업계에 따르면 항공, 해운, 화학, 조선, 유통업체들은 주로 에너지 절감에 초점을 맞춰 고유가 시대에 대응하고 있으며, 자동차, 전자, 건설업체는 역발상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 '마른 수건도 다시 짜라' = 항공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른 경비 절감을 위해 상시 비상 운영체제를 지속하고 있다.
항공기 무게를 조금이나마 줄여 경비를 절감하자는 차원에서 서비스나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탑재 물품을 싣지 않고 있으며, 조종사는 양력장치 사용을 자제하고 경제고도를 찾아내기 위해 운항관리팀과 협의하고 있다.
경영팀에서는 유가 헤징에 전념을 하고 직원들은 일반 에너지 절감을 위해 점심 시간에 소등을 할 정도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올해 경영계획에 유가를 서부텍사스 중질유 기준으로 배럴당 63달러 정도로 전망해 유가가 85달러를 넘어설 경우 1천50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 부담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해운업계는 유가가 급등하자 선박들이 싼 값으로 주유할 수 있는 항만을 찾고 있다.
현대상선은 소속 선박들이 싼 곳에 주유할 수 있도록 역경매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즉 전세계에 현대상선이 가는 항로를 미리 알려주고 얼마나 싼 가격에 기름을 줄 수 있느냐고 물은 뒤 해당 항만에서 보낸 제안을 검토해 가장 싼 항만에서 주유하고 있다.
LG화학은 유가인상의 직접적인 영향보다 이와 관련된 기초유분 가격의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유가상승시 에틸렌, 벤젠 등의 주요 원료가격과의 상관 관계를 분석하는 등 가격변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LG화학은 일단 재고 부담이 있을 수 있어 선취매 등 단기적인 대비책은 취하지 않고 있으며, 고부가 신사업 매출을 확대하면서 전사적인 에너지 비용을 절약하는 중장기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조선업은 유가가 오르면 중동 선사로부터 유조선 수주가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고유가 국면이 계속될 경우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위축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 1973년과 1979년 두차례의 오일쇼크 당시 해상 물동량이 격감, 새로운 선박 발주 자체가 줄어든 적이 있었다.
한국조선협회 관계자는 "고유가 국면을 맞아 각 조선소는 에너지 효율 증대 및 원자재 구매 효율화를 통한 원가 상승 압력 회피 등의 단기대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조선협회는 조선업계의 장기 대책으로 선박의 운용유지비 절감을 위한 저연료소비형 선박 개발, 천연가스 수송 수요 증대에 따른 가스운반선의 건조기술 고도화 등을 제시했다.
유통업체인 롯데백화점은 내달 1일부터 따뜻한 조끼나 카디건을 입고 근무하도록 하는 '웜비즈(Warm-biz)' 캠페인을 본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또 최근 보수공사를 마친 본사 오피스 빌딩 엘리베이터 4대 중 2대를 홀수층과 짝수층으로 나눠 격층으로 운행하고 화장실 램프도 기존 26W에서 13W짜리 절전형 램프로 교체했다.
신세계 이마트도 냉난방 가동시간을 점포별 상황에 맞춰 축소했으며 하절기에 매장내 냉방 온도도 상향조절해 25-27도로 유지하고 온수공급을 중단하는 등 에너지 절감에 나서고 있다.
◇ '위기가 곧 기회다'= 자동차 업계는 유가의 고공행진이 '악순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하면서 친환경 자동차 개발 등을 통해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다.
현재 자동차업계에 주어진 당면 과제는 연비를 비롯해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기술개발,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한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의 개발 등이다.
현대차는 고유가 국면이 계속될 경우 다른 에너지원의 가격 역시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운영하는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전개중이다.
나아가 현대차는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연비가 좋은 자동차 및 기술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고, 다양한 연구개발 활동을 진행중이다.
저연비 고효율 엔진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차량 중량 1%를 줄이면 연비가 최대 0.5-0.6% 높아진다는 점에서 차체, 엔진, 섀시 등을 조금이라도 더 가볍게 하기 위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는 2009년 양산을 목표로 현재 시범운행중인 하이브리드카의 성능 및 비용구조 개선에 몰두하고 있으며, 에탄올 자동차, 연료전지차 등에 대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자업계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태양에너지 사업을 유력한 후보 사업으로 설정하고 관련 사업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수종 사업 발굴과 관련, 여러 사업 중 태양전지 등 태양광에너지 또는 대체에너지 관련 사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LCD총괄 산하의 차세대연구소 내에 태양광 사업 등을 검토하는 '광에너지랩'을 만들어 태양광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수종 사업 발굴을 위해 여러 사업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중 태양광에너지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LG그룹도 최근 태양광발전 사업을 추진하게 될 자회사인 LG솔라에너지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그룹은 LG화학이 올해 창호나 벽면, 발코니 등 건축 외장재에 태양광 발전 모듈을 장착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해 건물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 시스템 사업분야에 진출했다.
이와 함께 LG CNS도 IT 시스템 통합기술을 활용한 태양광발전 조성사업을 가속화하는 등 계열사별로 태양광 관련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고유가를 신규 공사 수주의 기회로 삼고 해외 영업망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오일머니'에 힘입은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의 산유국들이 플랜트 등 대규모 공사물량을 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중동 쿠웨이트에서 매년 10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는 SK건설은 올해도 쿠웨이트에서만 13억달러의 공사를 수주하는 등 고유가 덕을 톡톡히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올해 3월에는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지사를 설립해 영업 지역 다변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림산업도 '제 2의 중동특수'를 재현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중동지역은 물론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림산업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중인 13억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 입찰에서 이탈리아 테크니몽사와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 사업을 따내면 올해 해외에서만 총 36억달러 이상을 거둬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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