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2012년 소비 트렌드로 ‘드래곤볼(DRAGONBALL)’이라는 7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진정성을 전하라(Deliver true heart), 로가닉 열풍(Rawgarnic fever)'. 주목 경제가 뜬다(Attention, please!). 인격을 만들어주세요(Give'em personalities), 세대 공감(Over the generation). 마이너, 세상 밖으로(Neo-minorism)', 자생·자발·자족(All by myself society), 차선, 최선이 되다(Let's plan B), 위기를 관리하라(Lesson your risk) 그런 의미다.

그 중 ‘B: 소비자는 쉬고 싶다(Blank of my life)’라는 키워드를 통해 올해 소비자는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절제미를 보여주는 제품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시간적, 공간적 확보와 여유를 더욱 찾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변해가는 생활 가전 트렌드를 보면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과거의 생활가전이 ‘만능’(기능)과 ‘탱크주의’(내구)를 앞세웠다면, 현재는 기능적이면서도 심플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가전이 각광을 받고 있다. 우직한 돌쇠들에겐 미안하지만, 바야흐로 품격 있는 신사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일렉트로룩스가 출시한 무선 청소기 ‘에르고라피도 BRC(Brush Roll Clean)’는 마음만은 모두 장동건인 현대 소비자에게 안성맞춤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인 전작 ‘에르고라피도’의 업그레이드 모델로, 감각적인 디자인과 매력적인 컬러, 높은 편의성을 갖춰 현재 업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무선청소기다(주부들이라면 장바구니에 하나씩 넣어뒀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입소문도 났다고 한다).

제품이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것은 바로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면서 생활 가전 디자이너들이 주목하고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북유럽에서 온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다.

겨울이 유난히 긴 북유럽에서는 추위 탓에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이 발달하게 됐다. 이 과정을 거치며 제품 디자인이 점차 절제미 및 단순함을 띄게 됐으며, 강함보다 부드러움을 줄 수 있는 곡선이 특징이 됐다.

‘에르고라피도 BRC’ 는 이런 디자인 특성을 가장 잘 적용한 무선청소기다.

제품 전체에 걸쳐 모난 부분이 없어 부드럽다. 흐르듯 떨어지는 외형선은 제품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게 해 조잡함을 느낄 수 없게 한다. 손잡이 부분을 ‘링’ 추가가 아닌 본체에서 그대로 올라온 선을 각도만 꺾어 만들어 더욱 고급스럽다.

 

일렉트로룩스의 강점인 감각적인 컬러감은 여전하다.

편안한 올리브그린, 시원한 아쿠아블루 두 가지 컬러로 출시가 됐는데, 안쪽에 은은한 펄감을 주고 무광에 가깝게 표면을 처리해 빛을 받았을 때 더욱 컬러가 잘 살아난다.

미끈하게 생겼다고 일을 못할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도 된다.

일반 청소기에 쓰이는 사이클론 방식을 채택해 어느 제품 못지않은 흡입성능을 가졌고, 노즐이 180도까지 부드럽게 움직여 청소에 드는 힘을 줄여 준다. 3.5kg로 무게도 적당하며, 손잡이를 인체공학적으로 마무리하고 뒷부분을 고무처리 해 그립감이 좋다. 
 
또한 기존의 외산 청소기들이 흡입력 조절을 할 수 없어 무조건 최고 세기로만 작동했는데 이 제품은 약, 강 두 가지로 조절을 할 수 있게 했다.

소음은 호평을 받았던 전작과 비슷하다. 약으로 했을 때 50~55dB, 강으로 했을 때 60~64dB로 진공청소기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편의성은 전작보다 더 높아졌다.

가장 큰 특징은 ‘브러쉬 자동청소 기능(Brush Roll Clean)’을 장착해 유지관리를 쉽게 한 것이다. 헤드에 있는 버튼을 발로 눌러주면 숨어있던 칼날이 헤드브러쉬의 엉킨 머리카락을 자른 후 자동으로 흡입하는 기술이다.

무선 청소기를 사용할 때 머리카락이 엉킬 경우 흡입력 저하와 모터 손상 등의 문제가 일어나는 데, 이 기능으로 항상 깨끗한 브러쉬와 일정한 흡입력을 유지 할 수 있게 됐다.

투인원(2 in 1)시스템으로 제품을 분리해 차량이나 구석을 청소할 수 있는 핸디형 청소기로도 변신시킬 수 있다(단 이 경우 흡입력 조절은 불가능하다).

헤드에 LED라이트가 달려 있어 어두운 구석을 보다 잘 살펴볼 수 있고, 먼지통도 탈부착이 쉽고 세척이 간편하다. 충전은 전용 거치대를 사용하며, 틈에 맞춰 올려놓기만 하면 자동으로 충전이 된다. 브러쉬노즐과 틈새노즐을 보관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사용시간은 약으로 했을 때 20분, 강으로 했을 때 10~15분 정도로 일반 무선청소기와 비슷하다. 이전 모델에 사용된 12V 니켈 수소 배터리를 그대로 가져와 사용시간의 개선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가격때문이다.

 

업계에서 ‘1분 늘리는데 2만원’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무선청소기의 사용시간을 늘리려면 고가의 배터리 채용과 함께 내부 구조 개선이 요구된다.

특히 배터리 성능을 높일 경우 가격을 크게 올려야 하기 때문에 내부 구조 개선과 편의성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이 점을 의식했는지 18V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사용시간을 30분으로 늘린(대신 12만원 더 비싸다) 고급형 모델 ‘에르고라피도 플러스’를 따로 출시했다.

에르고라피도 BRC의 가격은 24만9천원으로, 다른 무선청소기보다 4~6 만원가량 비싼 수준이다.

뛰어난 디자인과 흡입성능, 돋보이는 저소음,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서의 가치를 생각한다면 이정도의 프리미엄은 붙어도 되겠다는 생각이다. 보기 좋은 떡이 맛까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