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아름 기자] 한 때 온라인 PC게임의 마이너 버전 정도로 취급되던 모바일 게임이 이제는 180도 달라진 대접을 받고 있다. ‘카톡게임’의 등장 이후 모바일을 무시하던 온라인 PC게임의 강자들도 이제는 모바일을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덤벼들 정도다.
카카오톡이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내놓은 것은 지난해 7월.
최고의 메신저와 게임의 결합에서 나타난 시너지 효과는 놀라웠다. 카톡게임이 낳은 첫 번째 국민게임 ‘애니팡’의 힘은 무슨 말로도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문자 그대로 남녀노소 모두가 ‘애니팡 홀릭’에 빠졌다.
애니팡이 1천만 다운로드에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9일. 그 뒤를 이은 드래곤플라이트와 캔디팡은 각각 26일과 28일이 걸렸다. 이어 '모두의 게임'이 38일만에 1천만을 넘었고 올해 들어 다함께 차차차와 윈드러너가 17일, 12일만에 ‘국민게임’반열에 올랐다.
이에 힘 입어 월 20억 원의 매출을 올리던 카카오톡은 이제 하루 매출이 수십억 원대에 이른다.
그동안 모바일 게임 시장은 소규모 개발사들의 독무대였다. 모바일 게임시장에서는 대형사로 통하던 컴투스와 게임빌조차도 연 매출 100억~200억 원 정도의 중소기업에 불과했다. 연매출 1조가 넘는 넥슨에 비하면 구멍가게 수준이다.
모바일게임계의 중소기업 신화는 1인 개발자가 만들었다는 ‘드래곤 플라이트’에서 정점을 이뤘다.(실제로는 5명이 한 팀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자 만든 게임이 월 20억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기술력과 자본의 압박을 덜 받는 모바일이었기에 가능한 성공신화였다.
하지만 애니팡과 드래곤 플라이트의 성공으로, 온라인 게임사들도 소셜 플랫폼과 연동된 모바일 게임이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돈 냄새’를 맡은 것이다.
4N(NHN, NEXON, NC, NETMARBLE)의 멤버인 NHN은 자사의 플랫폼인 ‘라인’이 해외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카톡게임처럼 라인과 결합시킨 모바일 게임들을 연이어 히트시켜 라인버즐, 라인팝 등이 연이어 1천만 다운로드를 돌파하기도 했다.
넷마블 역시 다함께 차차차의 히트에 힘입어 다함께 퐁퐁퐁, 다함께 탕탕탕 등을 내놓으며 ‘다함께 시리즈’로 차트를 점령하고 있다.
4N의 나머지 멤버인 넥슨과 엔씨소프트 역시 2013년 목표를 모바일 게임 시장 진입으로 잡고 움직이는 중이다.
이미 모두의 게임으로 제법 재미를 본 엔씨소프트는 2013년을 ‘모바일 원년’으로 정하고 ‘리니지 모바일’의 출시를 준비하는 등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2년 7월 모바일 게임 사업 철수를 결정했던 엔씨소프트가 채 반 년도 지나지 않아 노선을 바꾼 것이다.
넥슨은 내부인력을 이동시켜 모바일 게임 전문 개발사 ‘네온스튜디오’를 설립했고 일본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 글룹스와 인블루를 인수하며 발을 넓혔다. 넥슨은 자사의 인기 캐릭터를 이용한 ‘넥슨 올스타즈’, ‘마비노기 걸즈’ ‘던전앤파이터 귀검사’등을 잇따라 출시함과 동시에 자체 모바일게임 플랫폼 ‘넥슨 플레이’를 발표, 모바일에서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대기업의 모바일 시장 공습이 시작되자 시장은 즉시 재편됐다.
‘국민 게임’의 기준인 1천만 다운로드를 돌파한 게임은 여섯 편. 그 중 다함께 차차차는 CJ E&M 넷마블의 자회사 턴온게임즈의 작품이며 모두의 게임을 개발한 핫독스튜디오는 엔씨소프트의 자회사다. 윈드러너와 캔디팡은 모두 위메이드의 손자회사인 링크투모로우가 개발했다. 드래곤플라이트 이후 나온 세 개의 천만 게임은 모두 대형 게임사의 자회사가 내놓은 게임들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상위권 게임들을 살펴보면 더 분명하게 나타난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최근 카톡게임과 구글플레이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의 60%가 CJ E&M 넷마블, 위메이드, NHN한게임의 게임이었다. (http://www.ceoscoredaily.com/news/article.html?no=745)
이제 드래곤 플라이트의 신화는 말 그대로 신화가 되었다. 소규모 게임 개발자들이 1년에 적게는 10여 개에서 많게는 70여 개까지 게임을 쏟아낼 수 있는 대형 게임사들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바일 게임계에도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야 고퀄리티의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면 행복한 비명을 지를 것이다. 발전해가는 스마트폰의 성능에 걸맞는 화려한 그래픽과 거대한 스케일은 대형 게임사이기에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지만 재기넘치는 게임들을 만들어 오던 소규모 게임 개발사들과 거친 그래픽에도 불구하고 아이디어 하나로 성공했던 애니팡과 드래곤 플라이트를 생각하면,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마이경제 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