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호정 기자]장기불황으로 30대 건설사들이 올해 배당규모를 크게 줄이는 바람에 자사 주식을 보유한 모기업 총수들도 현금배당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총수들이 보유한 총 주식수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 총액은 크게 감소해 최악의 건설경기를 실감케 했다.
8일 재벌 및 CEO 경영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국내 30대 건설사의 주식을 보유한 모기업 총수 14명이 챙긴 올해 배당금은 1천673억 원으로 지난해 2천912억 원 보다 123억 원이 감소했다.
이들 총수가 보유한 계열 건설사 주식수가 총 7천341만주로 지난해 6천968만주 보다 373만주(5%) 가량 늘었지만 배당금은 오히려 43%나 감소한 것이다.
이는 롯데건설(대표 박창규)과 대림산업(대표 김윤)의 배당금이 지난해 보다 배 이상 증가한 반면, 경남기업(대표 김호영)과 계룡건설산업(대표 이시구), 서희건설(대표 이봉관) 등이 올해 배당을 포기한 데 따른 결과다.
14명 가운데 8명은 지난해 보다 배당금이 줄었거나 배당을 받지 못했으며 배당금이 늘어난 사람은 2명이었다. 또 현상유지를 한 사람은 3명이었고, 지난해 없다가 새로 받은 사람은 1명이었다.
건설주를 통해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총수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이었다.
현대엠코 주식 200만주를 보유한 정 회장은 주당 2천 원씩 40억 원을 배당받았다. 지난해 주당 2천500원씩 50억 원을 배당 받은 데 비하면 20%나 감소했지만 여전히 수위를 차지했다.
총수는 아니지만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엠코를 통해 부친인 정몽구 회장 보다 더 큰 재미를 봤다.
정 부회장은 현대엠코 주식 501만주를 보유해 올해 배당금으로 100억 원 이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정 부회장은 125억 원을 지급받았다.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은 28억3천만 원을 배당 받아 총수 중에는 2위를 기록했지만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지난해 주당 700원의 현금배당을 받아 89억8천만 원을 받은 것에 비하면 올해 배당금이 68%나 줄었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산업개발의 매출이 2011년 4조1천억 원에서 지난해 3조3천억 원으로 18.8% 감소한 데다 영업이익은 74.1%(4조7억 원→1천37억 원), 당기순이익은 97%(224억 원→55억 원)나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정몽규 회장이 지난해 템플턴자산운용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면서 135만주 가량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실제 배당액은 더욱 쪼그라든 셈이다. 그나마 주가하락으로 지분매입이 용이해져 경영권 방어가 수월해진 점이 위안거리다.
GS그룹 허창수 회장과 범현대가 출신 정몽원 만도 회장과 정몽진 KCC그룹 회장이 보유한 건설주 배당금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허창수 회장은 GS건설(대표 허명수) 소유주식이 올해 601만주로 지난해(608만주)보다 7만주 가량 줄어든 데다 시가배당률도 1.1%에서 0.4%로 낮아져 배당금이 지난해 60억 원에서 올해 15억 원으로 급감했다.
범현대가 출신 정몽원, 정몽진 회장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정몽원 회장은 한라건설 주식을 올해 665만주 보유해 지난해(439만주)보다 225만주나 늘렸으나, 배당금이 4분의1(600원→150원)로 줄어들어 배당금(26억3천만 원→9억9천만 원)이 62%나 쪼그라들었다.
정몽진 KCC그룹 회장도 보유주식수(186만주)에는 변동이 없었으나, 현금배당이 1천 원에서 500원으로 줄어들어 올해 9억3천만 원의 배당금을 지급받는데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에는 18억6천만 원을 받았다.
이에 비해 대림그룹 이준용 회장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올해 대림산업과 롯데건설(대표 박창규) 보유주식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이준용 회장은 대림산업이 해외실적 개선에 힘입어 주당 배당금을 100원에서 500원으로 올린 덕분에 보유지분 449만주에 대해 22억4천만 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지난해 배당금 4억4천만 원과 비교하면 무려 500%나 증가한 수치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건설 주식을 12만주 밖에 보유하지 않았지만 배당금은 9억8천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3억3천만 원 보다 무려 296%나 늘어난 금액이다.
롯데건설이 지난해 해외공사수익(2천236억 원→2천777억 원)과 분양수익(4339억 원→4천446억 원)이 전년에 비해 크게 증가하면서 현금배당을 배 이상 늘려 5천244억 원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220만주, 11억 원)과 태영그룹 윤석민 회장(2천70만주, 20억 원),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9천768주, 732만 원)은 올해 전년 수준을 그대로 유지했다.
한편 코오롱그룹 이동찬 회장은 지난해엔 배당금이 없었으나 올해 주당 100원의 현금배당으로 4천212만 원의 부수입을 올린 반면,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340만주)은 지난해엔 100원의 현금배당으로 3억4천만 원을 받았으나 올해는 배당을 받지 못했다.
또 계룡건설산업 이인구 회장은 올해 보유주식을 지난해보다 12만주(139만주→151만주) 가량 늘렸음에도 올해 배당을 포기했고,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도 마찬가지였다.(마이경제 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