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사진>이 동부화재해상보험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재벌 및 CEO 경영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동부그룹은 최근 3년여 동안 비금융 회사의 금융 계열사 지분율을 대폭 낮추고 동부화재의 동부생명 지분율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지분구조를 정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를 강화해 조만간 금융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보통주를 기준으로 동부화재는 지난달 말 동부증권과 동부CNI로부터 각각 동부생명 지분 19.83%, 6.51%를 넘겨 받았다. 또 동부제철로부터 동부생명 지분 5.17%를 확보했다. 회사들은 표면상 동부생명 지분을 매각해 운용수익률 및 재무구조 개선 목적이라고 하지만, 실상 동부화재의 동부생명 지분율 확대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동부화재는 2011년 말까지만 해도 동부생명 지분율이 39.49%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지분 10.5%를 추가하고 올해는 동부생명의 2~3대 주주였던 동부증권, 동부CNI, 동부제철이 보유하던 주식까지 확보함에 따라 총 지분율이 81.5%로 늘어났다. 이로써 동부화재는 동부생명과 동부증권을 각각 81.5%, 19.92% 지분율로 지배하게 됐다.
동부화재, 동부생명 등 동부그룹의 금융 계열사들의 지분율 변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동부생명은 지난 2011년 말까지만 해도 동부건설 지분을 9.46% 보유했지만, 지난해 말 6.51%로 줄였다.
동부화재 역시 동부건설과 동부제철 지분율을 줄였다. 동부건설 지분율은 2010년 말 13.73%였지만 2011년 말 5.19%에서 지난해 0%로 전량 처분했다. 동부제철 지분율도 2010년 말 5.6%에서 2011년에 4.99%로 줄인 상태다.
비금융회사인 동부CNI는 동부생명 지분율이 2011년 말 17%가 넘었지만, 지난해 6.51%로 축소한데 이어 올해 전량 처분해 0%가 됐다.
동부그룹의 비금융, 금융 계열사간 보유지분율 변동은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사전준비 작업으로 해석된다.
동부그룹은 1969년 김 회장이 설립한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83년에는 한국자동차보험(현 동부화재해상보험)을 인수해 제조 및 건설업과 금융업을 그룹의 양 축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동부건설의 실적부진과 재무구조 악화가 심화되면서 김 회장은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사 전환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동부건설은 부채비율이 최근 3년새 316%에서 473%로 높아질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적자폭을 지난해 39억 원으로 크게 줄이기는 했지만 2011년에는 1천500억 원이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2년 연속으로 적자에 빠져 있다.
이에 비해 동부화재는 자산규모와 영업수익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물론, 2011년 4천억 원의 순이익을 거둔 데 이어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3천700억 원에 달하는 등 동부그룹 계열사 중 눈에 띄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동부화재는 손보업계 부동의 1위인 삼성화재에 이은 2위 자리를 놓고 라이벌 현대해상화재보험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해상이 올들어 1월과 2월에 걸쳐 순이익이 30~40% 감소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 반면, 동부화재는 순이익이 1월 11.4%, 2월 4.6% 증가하며 한걸음 앞서 가는 모습이다.
김 회장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통해 그룹 전체의 재무건전성과 성장동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더해 2세로의 경영승계를 순조롭게 마무리하는 성과도 함께 노리고 있다.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동부CNI와 동부화재만 지주사로 전환시키면 지배구조 정리는 물론, 2세 승계작업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CNI와 동부화재는 이미 2세를 중심으로 지분정리가 끝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동부화재는 김 회장의 지분율이 7.87%로 장남 남호(지분율 14.06%) 씨의 절반 수준이다. 남호씨는 2009년 동부제철에 입사해 현재 인사팀 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남호씨는 경기고를 졸업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웨스트민스터대학교 경영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워싱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땄다. 현재 동부제철에서 근무 중이지만 그룹의 핵심인 동부CNI(18.59%)와 동부화재(14.06%) 모두 최대주주로 있다.
동부CNI는 남호 씨 외에 김 회장이 12.37%, 장녀 주원씨가 10.15%의 지분을 갖고 있어 오너일가 등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49%에 달한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목표로 하는 동부그룹의 금융 계열사 지분구조 정리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정부에서 금산분리를 다소 완화했지만 새 정부에서는 재벌의 금융 지배를 확 뜯어고칠 수 없다면 중간에 금융지주회사를 의무적으로 둬서 지배구조를 단순화시킨 뒤 문제가 되는 회사들은 차례차례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이 10개사, 롯데와 동부그룹이 각각 10개의 금융사를 보유하고 있는 등 29개 재벌이 140개 가까이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새 정부가 추진중인 금산분리 강화방안에는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 보유지분이나 금융회사의 산업자본 지분은 일정 보유량이 넘을 경우 의사결정권에 제한을 받는 등 규제수준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때문에 그룹별로 지주사 전환시 지분정리 등으로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동부의 경우 서둘러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고 있지만 비금융계열사의 금융계열사 지분 정리는 물론, 금융지주가 금융자회사 지분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점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에 확대된 동부생명 지분율은 지분가치가 1천200억 원이 넘는다.
김준기 회장이 이같은 난관을 뚫고 금융지주사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마이경제 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