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호정 기자]건설경기 장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도급순위 상위 30개 건설사의 지난해 기부금 지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기부금을 크게 삭감했지만 대림산업과 삼성중공업 등 일부 회사가 기부금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10일 재벌 및 CEO 경영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도급순위 30개 건설사의 지난해 기부금 총액은 1천819억 원으로 전년도 829억 원에 비해 119%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 총액이 141조8천억 원에서 158조8천억 원으로 12%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경영실적에 비해 기부금 지출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전체 기부금 1천819억 원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1천110억 원을 차지하고 나머지 29개사의 몫은 800억 원에 불과했다.
또 30개 건설사의 기부금 증가액이 829억 원에 그친 데 비해 삼성중공업은 전년 보다 1천 억원 가까이 기부금을 늘렸다.
결국 태안기름 유출 사고로 기부금을 크게 늘린 삼성중공업을 제외하면 나머지 건설사들의 기부금 인심은 불경기를 반영하듯 꽁꽁 얼어붙은 셈이다.
30개 건설사 가운데 기부금을 늘린 곳은 대림산업등 12개사, 삭감한 곳은 삼성물산 등 18개사였다.
도급순위별로 10개사씩 끊어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을 살펴보면 대다수 건설사가 자신이 속한 그룹(1~10위, 11~20위, 21~30위)의 평균치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0대 건설사 내에서도 하위권 그룹과 상위권 그룹의 기부금 규모가 큰 차이를 보였다.
21~30위 그룹의 지난해 기부금 총액은 1천140억 원으로 30개 건설사 전체의 기부금 총액의 62%를 차지한 데 비해 1~10위 그룹은 31%,11~20위 그룹은 7%에 그쳤다.
다만 기부금 증가율과 매출 대비 비율을 따졌을 경우엔 하위그룹으로 갈수록 수치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하위그룹의 경우 기부금 지출 규모가 작아 증가금액에 비해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선 상위 10개사의 경우 매출 총액은 13% 증가한 반면, 기부금은 4%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매출 대비 기부금 평균 비율도 0.061%에서 0.056%으로 미세하게 하락했다.
상위 10개사 가운데는 대우건설(대표 서종욱)의 기부금 증가율이 가장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매출(8조2천억 원)은 17% 오른데 반해, 기부금은 10억 원에서 80억 원으로 무려 653%(10억 원→80억 원)나 증가했다. 기부금 비율은 지난해 0.1%로 상위 그룹 평균치를 훨씬 웃돌았다.
대림산업(대표 김윤)은 기부금 지출이 2011년 23억 원에서 지난해 117억 원으로 395%나 급증했다.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은 대우건설 보다 다소 낮았지만 기부금 증가율은 상위그룹에서 가장 높았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지난해 회사에서 관리하는 단일현장(200여곳)들이 개별적으로 일주일에 몇 번씩 사회공헌활동을 하다보니 기부금이 많이 늘었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기업으로써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SK건설(대표 조기행 최광철)과 두산중공업(대표 박지원)은 지난해 매출이 두자릿수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은 20%이상 줄였다.
두산중공업은 상위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인 136억 원을 기부했지만 전년도 보다는 25% 감소했다.
현대산업개발(대표 정몽규)은 이 그룹에서 가장 기부금 감소율이 컸다. 지난해 매출과 함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23억 원의 기부금을 내 매출(3조3천억 원) 대비 비율은 0.07%로 평균치를 간신히 넘겼으나, 금액은 20%(92억 원→23억 원) 줄었다.
이런 가운데 도급순위 1위 현대건설(대표 정수현)과 2위 삼성물산(대표 정연주), 4위 GS건설(대표 허명수)은 매출 대비 기부금 비율이 평균치를 밑돌았다.
현대건설은 매출이 2조원 가량 늘었으나 기부금은 20억 원에서 24억 원으로 불과 4억원 늘어 기부금 비율이 0.02%에 불과했다.
삼성물산과 GS건설도 매출은 늘었지만 기부금은 15%, 17%를 줄였다. 기부금 비율도 삼성물산 0.02%, GS건설 0.05%에 그쳤다.
11위에서 20위권 그룹은 지난해 29조7천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도(28조3천억 원)보다 5%가량 증가율을 보였고, 기부금(107억 원→120억 원)은 12% 늘어 기부금 평균 비율은 0.04%였다.
이 그룹에선 금호건설(대표 원일우)의 약진이 돋보인 반면, 두산건설(대표 최종일)의 기부금 감소율이 가장 컸다.
금호건설은 워크아웃 중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6억6천만 원의 기부금을 사회에 환원해, 전년도(3억9천만 원)보다 무려 69%나 증가율을 보였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기부금이 34%가량 줄었지만 매출 대비 비율은 평균치인 0.04%를 기록했다.
이 밖에 삼성엔지어링(대표 박기석)과 태영건설(대표 윤성민), 계룡건설산업(대표 이인구), 한진중공업(대표 최성문)은 기부금을 20%이상 늘렸다.
한편 21위에서 30위권 그룹에선 삼성중공업(대표 박대영)과 코오롱글로벌(대표 안병덕)의 기부금이 크게 늘어, 여타 건설사의 감소분을 상쇄했다.
삼성중공업의 기부금은 2011년 142억 원에서 지난해 1천105억 원으로 674%나 늘어 30대 건설사 중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금액면에서도 수십억 원에서 100억 원 대에 그친 나머지 건설사들을 압도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태안기름유출 사고 발생직후 1천억을 발전기금으로 출연한 후, 다시금 1천억 원의 자금을 추가 출연해 지난해 기부금이 다소 많이 늘었다”며 “앞으로도 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