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독일 자동차가 강세를 보이면서 일본업체들이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24일 재벌 및 CEO, 기업 경영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독일차 빅4와 일본차 업체들의 점유율 격차가 57.1%포인트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 1월부터 3월까지 한국토요타·렉서스(대표 나카바야시 히사오)와 한국닛산·인피니티(대표 켄지 나이토), 혼다코리아(대표 정우영) 등 주요 일본차 업체 5개사의 누적 판매대수는 4천780대로 수입차 시장의 13.7%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이에 비해 독일 브랜드인 BMW코리아(대표 김효준)와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대표 브리타 제에거), 아우디코리아(대표 요하네스 타머) 폭스바겐코리아(대표 박동훈) 4개사는 2만4천774대를 팔아 점유율이 70.8%에 달했다.
일본차의 시장점유율이 지난 2008년 35.4%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몰락'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차는 당시 43.2%의 점유율을 보인 독일차와의 격차를 7.8%포인트까지 줄이기도 했지만 불과 4년여 만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일본차의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19.4%와 비교해도 6%포인트 가까이 낮아졌다. 지난 2002년 렉서스 혼자서 독일 빅4와 경쟁하던 시절에 기록했던 18.4%의 점유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이다.
올들어 일본차 점유율이 크게 떨어진 것은 지난해 호조를 보인 토요타 캠리의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난 탓이다. 디젤 세단을 앞세운 독일차에 점유율을 고스란히 내준 모양새다.
위기에 몰린 일본차지만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 동안은 점유율을 크게 높이며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수입차로는 사상 처음으로 '단일 브랜드 1만대 판매'시대를 열기도 했다.
지난 2008년 일본차 업체들은 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2만1천847대를 팔았다. 2002년과 비교해 판매량은 7.4배 점유율은 2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혼다와 인피니티, 닛산 등 잇달아 론칭한 일본차 브랜드들이 힘이 됐다.
혼다는 당시 1만2천356대를 팔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하지만 일본차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엔고와 미국에서의 대규모 리콜사태가 이어지며 일본차의 경쟁력이 크게 저하됐기 때문.
점유율의 고점을 찍은 이후 불과 1년 만인 2009년 일본차 점유율은 23.8%로 1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당시 일본차 업체들이 높아진 환율로 팔수록 손해가 되자 아예 차량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았고 15%가 넘는 가격 인상을 두 차례나 단행하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독일차와의 점유율 격차도 30.6%포인트로 크게 벌어졌다.
이듬해인 2010년에는 토요타가 국내 론칭하며 구원투수로 등장해 첫 해 6천629대를 판매한 데 힘입어 점유율을 25.3%로 소폭 끌어올렸으나, 독일차와의 격차는 33.5%포인트로 되레 벌어졌다.
게다가 미국에서의 대규모 리콜 파동을 겪으며 2011년에는 판매 대수마저 크게 줄었다.
2011년 일본차 브랜드의 판매 대수는 1만8천238대로 전년 2만2천940대에 비해 20% 감소했다. 점유율도 25.3%에서 17.4%로 8%포인트 낮아지며 독일차와 격차가 50%포인트에 육박하게 됐다.
판매 대수로는 5만2천대에 달하는 규모다. 그해 독일차와 일본차는 각각 6만9천890대와 1만8천238대를 판매했다.
지난해에는 토요타 캠리가 5천687대나 팔려 BMW 520d에 이어 베스트셀링카 2위에 올랐지만 일본차와 독일차의 점유율 격차는 49.4%포인트로 전년 보다 더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 시장은 연비 규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어 소비자들과 메이커들이 고연비 차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유럽산 특히 독일 브랜드의 디젤차들이 일본의 하이브리드와 경쟁에서 앞서고 있어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KAIDA의 수입차 등록 통계만 봐도 올 3월까지 베스트셀링 탑10에는 BMW 520d·320d, 티구안 2.0 TDI, 벤츠 E220 CDI, 아우디 3.0 TDI, 파사트 2.0 TDI 등 디젤 모델이 6개나 들어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이 강점을 지닌 하이브리드 모델은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마이경제 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