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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건설사들 국내선 '담합', 해외선 '출혈경쟁' 그만 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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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건설사들 국내선 '담합', 해외선 '출혈경쟁' 그만 둘 때
  • 이호정 기자 meniq37@csnews.co.kr
  • 승인 2013.04.18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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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호정 기자] 국내 건설사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담합과 덤핑이다.

올해도 예외 없이 4대강 담합으로 도마에 오르더니, 결국 GS건설을 시작으로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해외 현장에서 덤핑으로 수주를 따낸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안에서는 조직적 담합으로 세금을 축내고, 밖에선 원색적 비방과 저가 수주경쟁을 일삼으며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는 비난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담합도 고질적인 문제지만 최근에는 덤핑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공사 덤핑 수주는 그동안 실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뒷말만 무성하다가 관련 사례가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중동에서 1분기에만 각각 5천141억 원과 2천19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어닝 쇼크’를 몰고 왔지만, 문제는 이 것이 전주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중동 오일머니가 대거 풀렸던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건설사들이 수주한 공사 대부분이 덤핑 입찰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당시 수주한 물량이 완공되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건설사들의 실적 쇼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당 기간에 삼성엔지니어링은 무려 304억 달러의 수주고를 올렸고, 뒤를 이어 현대건설(275억달러), GS건설(203억달러), 대우건설(141억달러), 대림산업(139억달러), 삼성물산(106억달러)도 100억 달러가 넘는 공사를 따냈다.

해외건설 시장이 이처럼 덤핑에 망가진 이유는 단기간 성과, 즉 외형적 성장을 중시하는 국내건설사들의 풍토 때문이다.

국내 관급공사는 1군으로 불리는 대형사들이 독식하다보니 경쟁에 의한 출혈보다는 담합을 통한 실적을 올릴 수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철저히 경쟁체제로 입찰이 진행되다보니 수주를 위해 국내 건설사간에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오죽하면 건설사들이 해외공사 수주과정에서 최대 적은 국내건설사라고 말하겠냐”며 “국내건설사 간 저가 수주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최대 적수였던 일본건설사들이 이젠 중동사업에 참여 자체를 안 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A사가 호주에서 수주했던 공사만 하더라도, 당초 B사가 63억 달러 선에서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었으나 A사가 막바지에 57억 달러를 제시해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0년 쿠웨이트 가스플랜트 관련시설 입찰에서도 국내 4개사와 러시아 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국내 C사가 8억9처만 달러를 써내 수주에 성공했다. 당시 국내 건설사들의 입찰가는 11억 달러 선이었고, 러시아 업체는 12억 4천만 달러였다. 

수주에 혈안이 된 나머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내 업체끼리 이전투구를 벌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으로 2011년 D사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한 공사 역시 당초 E사가 수주를 확신하며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던 사업이다. 하지만 D사가 E사의 그룹 총수가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과정을 아랍어로 번역해 발주처에 뿌리면서 결과가 뒤집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외 발주처에서도 건설사 간 경쟁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어느 한 곳에서 덤핑을 치면 다른 쪽도 덩달아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단기 성과주의에 전혀 실현 불가능한 금액을 써내는 곳이 있단 것을 해외 발주처들도 그동안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이다.

중동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은 이 같은 상처가 밖으로 곪아 터진 셈이다.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에서 '봉'노릇을 면하고 제대로 된 가격에 공사를 따내기 위해서는 당장으이 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자정노력을 통해 기존 관행을 과감히 타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끼리 해외시장에서 제살을 깎아먹는 어리석은 짓은 그만 둬야 한다. (마이경제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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