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미경 기자] 가격이나 복잡한 요금체계 등 정보에 취약한 소비자를 상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이동통신사 대리점ㆍ판매점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 대리점과 판매점들이 ‘구형 단말기 잔여할부금 지원’ 등 갖은 꼼수로 소비자를 유인한 후 가격을 부풀려 판매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
주로 보조금이나 요금제 등을 잘 알지 못하는 노인이나 외국인, 어린 학생 등이 타켓이다.
하지만 뒤늦게 피해 사실을 깨달아도 할부원금(소비자가 단말기 구입비용으로 실제 지불하는 금액)을 책정하는 것은 판매자의 재량인 탓에 보상받을 길은 막막하다.
더욱이 매장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데다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보조금과 요금체계 탓에 자신이 바가지를 당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휴대전화를 살 때 ‘호갱님’(호구와 고객님의 합성어로 어수룩해 속이기 쉬운 손님을 지칭)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면 발품을 팔아가면서 휴대폰 구입조건을 따져보는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할부원금을 판매자가 재량껏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다”며 “여러 판매점을 돌아보고 비교한 후 구입해야 바가지를 쓰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 '혜택'이라고 온갖 생색 후 바가지 씌워
부산에 사는 김 모(여)씨는 29일 한 통신사 대리점 직원이 출고가보다 비싸게 휴대전화를 팔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김 씨는 휴대전화를 개통했던 LG유플러스 대리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나쁜 폰을 주어서 미안하니까 좋은 폰으로 바꿔주겠다”며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의 할부금 전액 지원을 제안했다.
학교 수업이 있어 바빴던 김 씨가 “생각해보겠다”고 말하자 직원은 “지금 안 오면 이 혜택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고 꼬드겼다.
결국 대리점을 찾은 김 씨는 할부금 지원 여부를 재차 확인한 뒤 갤럭시노트1로 교체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할부금 지원은 커녕 휴대전화도 출고가보다 비싸게 팔았던 것. 갤럭시노트1의 출고가는 99만9천원. 하지만 김 씨는 할부이자를 포함해 106만원에 샀다.
그는 통신사와 대리점에 적극 항의하고 소비자고발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끝에 단말기 차액과 지원금 5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김 씨는 “이것저것 혜택을 주겠다고 했지만 지켜진 게 하나도 없다”며 “대리점을 믿었다 바가지만 쓰고 어이가 없다”고 분개했다.
◆ 출시일 지난 묵은 폰, 제값 다 물어
부산에 사는 전 모(남)씨는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SKT로 번호이동해 출시된 지 몇 개월이 지난 ‘베가 LTE M’을 구입했다.
전 씨의 아버지는 ‘베가 LTE M’보다 앞서 나온 ‘베가 레이서’로 교체했다. 몇 개월 후 요금을 확인한 전 씨는 기기값이 너무 많이 나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고.
요금은 8만원 정도 나왔고 기기값은 3만원이 넘었다.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최근 실수로 휴대폰을 파손시켜 대리점을 찾은 전 씨는 그제야 바가지를 쓴 사실을 알게 됐다. 판매직원은 “왜 이렇게 비싸게 샀느냐”며 “이 가격은 거의 이 휴대전화가 처음 나왔을 때 가격”이라고 말했다고.
전 씨는 “싸게 해준다기에 샀는데 훨씬 비싸게 사버렸다”며 “남은 할부금과 위약금을 내려니 속이 쓰리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 "노인에게 38만원짜리 단말기를 65만원에 팔아"
경기도 용인에 사는 박 모(남)씨는 아버지가 새로 휴대전화를 장만하면서 2배 가량 바가지를 썼다고 하소연했다.
박 씨의 아버지는 지난 16일 한 이동통신 대리점을 방문해 SK텔레콤에서 KT로 번호이동하는 조건으로 LTE 스마트폰인 갤럭시 그랜드를 구입했다.
할부원금은 65만4천원이었고 LTE-720 요금제(월 7만9천200원)를 3개월 동안 의무적으로 쓰는 조건으로 30개월 약정 매월 2만1천800원의 단말기 할부금을 내는 것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통해 가격을 체크해 본 박 씨는 기가 막혔다.
KT가 운영하는 올레샵에 안내된 갤럭시 그랜드의 할부원금은 24개월 약정에 38만4천500원이었다. 결국 올레샵보다 26만9천400원이나 더 주고 구입한 셈이다.
박 씨는 “장기 약정에 요금제 의무 사용 기간 등을 내걸어 아주 저렴한 가격에 가입하는 것처럼 해두고 실제로는 2배가량 불려서 판매를 하다니...나이 드신 노인을 상대로 속임수 영업을 하는 대리점의 수법에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통신사 관계자는 “구입하는 방식이나 시기, 장소에 따라 휴대전화를 싸게 살 수도 있고 비싸게 살 수도 있어 잘못된 영업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