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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 자동 차단, 무조건 좋은 제도? "내집마련 엉망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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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 자동 차단, 무조건 좋은 제도? "내집마련 엉망됐어"
대출 안내 걸러내는 바람에 보금자리론 이자 혜택 놓쳐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3.05.06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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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각종 대출 및 광고성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차단하는 '스팸 메시지 차단 서비스'가 인기다.  공해 수준의 광고들을 걸러내주는 순기능으로 호응을 얻고 있지만 한편으론 생각지 못한 역기능으로 뜻하지 않게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스팸 유통 현황'에 따르면 스팸 차단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의 스팸 메시지 수신 건수가 평균 0.14통으로 미이용 소비자의 0.24통에 비해 절반 가량 적게 받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 만큼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문제는 통신사가 스팸 메시지 차단 기준으로 삼는 기본 설정 문자메시지 기준을 소비자가 스스로 설정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대출'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문자메시지가 일괄 스팸 처리되는 바람에 오히려 중요한 정보를 놓쳐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4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사는 김 모(남)씨가 이런 피해를 입은 대표적 사례다. 그는 지난 달 28일 대한주택공사(이하 주택공사) 'U-보금자리론' 대출을 받았다. 아직까지 전세 생활을 벗어나지 못해 내 집 마련 목적으로 고심한 끝에 기존에 받은 대출을 상환수수료까지 물어가면서 갈아탄 것.

일주일 뒤 직장 동료와 대출 이야기를 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과 똑같은 대출 상품을 받으려던 동료는 자신과 달리 '0.2% 금리 할인'을 받게 된다는 소식이었다.

알고보니 바로 전날 문자메시지로 4월부터 금리가 할인된다는 안내가 도착해 바로 신청했다는 것.

김 씨는 이상하다 싶어 통신사 고객센터에 연락했고 해당 메시지가 스팸 메시지로 인식돼 자동 스팸 처리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게다가 스팸 메시지를 통신사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확인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김 씨. 


하지만 그동안 주택공사에서 보낸 대출 관련 안내 문자메시지를 계속 수신하고 있었던 터라  단 한 번도 스팸메시지 차단은 신경쓰지 않고 있다 멍하니 중요한 혜택을 놓치게 된 것.

김 씨는 "스팸메시지 차단 프로그램의 취지는 알겠으나 이런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 지 몰라었는지 묻고 싶다"며 "대출 프로그램 혜택을 놓쳐 연간 50만원 씩 10년 치 목돈을 더 내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이어 "내가 스팸메시지에 가입돼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면서 "홈페이지에서 스팸 메시지 확인이 가능하다지만 누가 매일 스팸을 체크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신사 측은 스팸 메시지 차단은 한국인터넷 진흥원(KISA)에서 지정한 스팸 유형에 따라 자체적으로 필터링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 될 사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 관계자는 "김 씨가 가입 된 서비스는 '지능형 스팸차단 서비스'로서 2011년 9월 이후 신규 및 기기변경 가입자는 일괄 가입해야 하는 무료 부가 서비스"라며 "정부 기준에 맞춘 필터링 시스템 기준에 의해 삭제됐기 때문에 정당한 조치"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주요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지능형 스팸차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도박, 불법의약품 및 청소년 음란 광고물이나 대출, 대리운전 등 일반 광고 중 변칙표기 또는 무료 수신거부 번호가 없는 경우 스팸 메시지로 간주해 일괄 차단 조치하고 있다.

차단 된 서비스는 이통통신사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확인 가능하며 가입자가 서비스 탈퇴를 원한다면 자유롭게 탈퇴가 가능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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