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회장 이석채)와 LG유플러스(부회장 이상철)가 1.8GHz 주파수 경매와 관련해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KT가 지난 14일 “1.8GHz 경매에서 KT를 제외하자는 것은 재벌의 시장독식 꼼수”라며 “이번 경매에서 배제된다면 KT는 시장 퇴출될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LG유플러스가 곧장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재벌 독식이라는 지적에 대해 “KT가 투자도 하지 않고 특혜를 바라고 있다”이라며 “국민편익을 내세워 실상은 자사 가입자를 늘리려는 얕은 수”라고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SKT(사장 하성민) 역시 LG유플러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KT가 1.8GHz를 가져가느니 LG유플러스에게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경매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대역은 1.8GHz와 2.6GHz에서 각각 2개 블록씩 총 4개 블록. 그 중 KT의 인접 대역인 1.8GHz의 D블록을 누가 가져가느냐가 '뜨거운 감자'다.
통신업계의 의견은 양분되어 있다.
문제가 된 1.8GHz 대역은 KT의 인접 대역으로 KT가 확보하게 될 경우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LTE보다 2배 빠른 속도를 지원할 수 있다. KT는 고객 편의를 내세워 반드시 1.8GHz를 차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KT가 갖고 있는 900MHz 대역의 보조망이 개인 무선기기와 구 RFID와 간섭을 일으키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대역이라는 점도 KT가 1.8GHz 대역을 달라고 하는 이유다. 타사는 이미 두 개의 대역에서 멀티 캐리어를 운영하고 있는데 KT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반면 LG유플러스와 SKT의 입장은 단호하다.
KT가 900MHz를 배정받은 것은 자발적 선택인데 판단미스에 따른 손해를 이유로 혜택을 달라고 하는 것은 억지라는 주장이다.
SKT와 LG유플러스는 KT의 불만에 대해 2.6GHz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SKT 관계자는 “자신들의 전략적 실수를 ‘불공정’, ‘재벌 꼼수’ 같은 표현을 통해 피해를 본 것처럼 호도해선 안 된다”면서 “900MHz를 선택했던 실수를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2.6GHz에 투자해 멀티캐리어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와 SKT는 KT에 1.8GHz 대신 2.6GHz 대역을 받으면 멀티 캐리어 서비스가 가능할 뿐 아니라 형평성 문제도 해소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KT가 인접 대역인 1.8GHz 대역을 얻어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고 LTE속도를 2배 가량 높이게 되면 경쟁업체가 손해를 보는 셈이지만, KT가 2.6GHz 대역을 받아 시설투자를 하면 공평해진다는 논리다.
KT 입장에서는 물론 시설투자가 거의 필요하지 않은 1.8GHz 대역이 최선이겠지만, 2.6GHz 대역을 확보하는 방안도 손해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이 방안을 지지하는 쪽은 KT가 2.6GHz대역을 받더라도 적극적인 시설투자를 통해 내년 초까지 84개 지역에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T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2.6GHz 대역을 받으면 시설투자에 적잖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한편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1.8GHz 대역이 KT에게 가든 다른 곳으로 가든 분란의 소지는 계속 남을 것”이라며 “감정싸움으로 치달을 것이 아니라 3사가 모여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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