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경주 기자]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남양유업 사태로 전 국민이 갑의 횡포에 분노하는 가운데 이달 들어 농심과 배상면주가까지 논란에 휘말리며 식품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과 대상을 비롯한 주요 식품업체들은 뒤늦게 '을' 챙기기에 나서며 집안단속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의 경우 대리점주 및 협력사들이 부당한 대우를 고발하면 24시간 안에 이를 처리하도로 하는 ‘핫라인’을 운영할 정도로 갑을관계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이 최근 협력사인 태림포장을 직접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고 상생협력 및 동반성장 방안을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업계 2위인 대상도 대리점주가 직접 운영하는 전산시스템을 도입해 영엽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차단했지만 최근들어 대리점 상황을 재점검하고 있다.
대상관계자는 “남양유업사태에서 강제발주가 문제가 됐는데 대상은 이미 2000년대 후반에 대리점주가 직접 운영하는 전산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밀어내기가 원천 차단된 상태”라면서도 “최근 불공정행위가 없는지 재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빙그레는 이건영 사장이 사내 인트라넷에 “대리점에 관해 불공정행위가 발견 될 경우 지위를 막론하고 일벌백계하겠다”고 경고하며 내부단속에 들어갔다.
이밖에 롯데푸드는 대리점주와 맺는 계약서에 '갑-을'이라는 표현을 아예 다른 말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한국야쿠르트도 '야쿠르트 아줌마'와 맺는 계약서에 회사를 '을'로 바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품업체 고위 임원은 “회사마다 ‘을’과 맺은 계약서를 재검토하고 위기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등 초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실제 자신들은 밀어내기 관행이 심각하지 않는데도 불똥이 튈 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밀어내기 관행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 만큼 심각한 것이 아닌데 남양유업사태 때문에 식품업체들이 새삼 눈치를 보고 있다”면서 “계약서 상에 갑, 을 문구를 고친다고 현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배상면주가 대리점주 자살사건으로 주류업체에 대해서도 비난여론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자신들은 유통구조가 달라 문제가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자체 대리점을 운영하는 전통주업체와 달리 소주와 맥주업체들은 복수의 상품공급자에게 물건을 받는 종합주류도매상과 거래하기 때문에 오히려 제조업체들이 을의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