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이 임원 급여를 두루뭉실하게 공시해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금융감독원은 큰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공시 기준을 준수해 온 다른 은행들도 민감한 사안인 임원 보수를 뭉뚱그려 총액만 공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2013년 1분기 임원보수 현황을 공시하면서 등기이사와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에 대한 구분없이 급여 총액만 공개했다.
이는 등기이사,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감사 등으로 구분해 지급금액을 기재하도록 한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을 위반한 것이다.
국내 시중은행은 물론, 외국계 은행인 한국SC은행이 관련 기준을 엄수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등기이사 급여를 따로 구분해 공시하도록 한 것은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이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는지를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해 과도하게 보수가 나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등기임원이 과도한 급여를 챙김으로써 기업경영에 부담을 주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에 대해서는 개인별 수령액까지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씨티은행은 등기이사와 감사위원의 급여를 구분하지 않고 총액만 밝혀 눈총을 사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2013년 1분기 임원보수 공시 현황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2013년 1분기 임원보수 공시 현황
정작 감독 책임을 지고 있는 금감원 측은 사소한 문제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금감원 기업공시 1팀 관계자는 “기업공시 서식 작성 기준에는 지급금액이 직책별로 분류하도록 돼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임원 연봉을 뭉뚱그려 기재한 것이 크게 문제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정할 사안이 있는지 확인해보고 다른 부분도 문제가 있다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금융사 관계자는 “공시 작성 기준을 어겨도 문제가 없다면 그 어떤 회사도 이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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