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문수 기자] 증권사들이 올해 주총에서도 주요 권력기관 출신을 감사 및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증권을 비롯한 10개 증권사가 올해 주총에서 선임하기로 한 35명의 감사와 사외이사 중 금융감독원과 국세청, 법원 출신 인사의 비중이 무려 60%에 달해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8일 재벌 및 CEO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주주총회 소집결의 공시를 한 10개 증권사는 총 36명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선임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21명이 금융감독기관이나 법원, 국세청 등 권력 기관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1명의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 가운데 8명은 감사위원까지 겸하고 있어 증권사들이 권력 실세를 끌어들여 방패막이로 삼는 데 각별한 공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별로는 현대증권과 유진투자가 3명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전원을 권력기관 출신으로 채웠고, 삼성증권과 동부증권은 4명 가운데 3명을 실세 인사로 영입했다.
또 대신증권이 6명 가운데 3명, 신영증권이 4명 가운데 2명을 권력기관 출신으로 선임할 예정이다.
현대증권의 경우 다음달 7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권력기관 출신인 3명의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전부 재선임하기로 했다.
박광철 사외이사는 금감원 금융투자업서비스본부부원장을 역임했고 감사위원을 겸하고 있는 박충근 사외이사는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부산지검 부장검사를 지냈다. 금감원 감사실 국장 출신인 임승철 감사위원도 재선임된다.
삼성증권은 다음달 7일 주총에서 4명 중 3명을 권력기관 출신으로 선임한다.
산업자원부 국장 출신인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재선임되며 재정경제원 법무담당관, 국제경제과장을 거친 오종남 전 통계청장은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된다.
또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2006년)이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된다. 그는 2003년 노무현 정부시절 대통령비서실 정책수석실 비서관을 지냈고 2004년 중소기업청 청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유진투자증권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3명은 모두 권력기관 출신이다. 이홍재 사외이사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외사부장검사 출신이며 최순권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원증권감독국장 출신이다. 이번에 신규선임되는 이진학 현 딜로이트코리아부회장은 대구지방국세청장을 역임했다.
대신증권은 신규 사외이사에 금융감독원부원장보 출신인 박찬수 하비스트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또한 국세청, 관세청, 산업통상자원부정부정책자체평가위원을 역임한 김창봉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로 했다.
동부증권은 재정경제부국고국장,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등을 역임한 바 있는 정의동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앞두고 있다.
또 금감원 총무국 부국장 출신인 김진완 사외이사와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을 지낸 전상헌 사외이사도 재선임하기로 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김시우 전 금감원 검사총괄 부국장을 상근감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김 전 부국장은 한신저축은행 이사를 역임한데 이어 현재 현대저축은행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금감원 4급 이상 고위직은 퇴직 후 2년간 금융사 등 관계기관 취업을 못하도록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이 강화됐으나 증권사들은 여전히 금융감독당국 출신을 집중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퇴직 직전에 금융기관 관리나 감독 등을 맡지 않으면 관계 기관에 재취업이 가능하다는 제도적 허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
법조계 출신들도 인기 영입대상이다.
부국증권은 서울고등법원부장판사 출신인 이종욱 사외이사를 재선임할 예정이며 유진투자증권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외사부장검사를 역임한 이홍재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을 재선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