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경주 기자] 20대그룹 사외이사 489명 가운데 2개 기업 사외이사를 겸임하고 있는 사람은 총 2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법조계나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권력기관 출신이 20명이나 돼 재벌 그룹들이 방패막이용으로 실세형 인사를 영입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재벌 및 CEO, 기업경영평가싸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20대 그룹 사외이사 489명 가운데 송광수 전 검찰총장과 이승재 중부지방국세청장을 비롯한 권력기관의 수장이나 고위간부 출신 24명이 복수의 기업에서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었다.
겸직자 24명 가운데 검찰총장과 부장판사, 검사장 등 법조계 인사가 8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 세무직 출신이 5명, 관료 출신이 4명, 공정위 출신이 3명이었다. 학계 출신 4명을 제외한 전원이 권력기관 출신인 셈이다.
삼성전자(대표 권오현)와 두산(대표 박용만) 사외이사직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는 송광수 김앤장 고문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동안 검찰총장을 지낸 대표적 권력기관 수장 출신 사외이사다.
LG(대표 구본무)와 현대중공업(대표 이재성)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노영보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다.
GS건설(대표 허창수)과 한화생명(대표 차남규)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문성우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는 제 51대 법무부차관이었다.
이밖에 HMC투자증권(대표 제갈걸)과 SK가스(대표 정헌)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는 신현수 변호사는 대검찰청 부장검사를 지냈고, LG생활건강(대표 차석용)과 두산엔진(대표 김동철)에서 동시에 선임된 윤용석 광장 대표변호사는 서울고법 조정위원 출신이다.
또 한화(대표 김승연)와 호텔신라(대표 이부진)에는 50대 법무부 차관을 지낸 정진호 동인 변호사가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으며 롯데손해보험(대표 이봉철)과 신세계(대표 장재영)에는 법무연수원장을 지낸 조근호 행복마루 변호사가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법조계 인사 8명 가운데 부산지검 검사를 지내고 SK하이닉스(대표 박성욱)와 두산인프라코어(대표 김용성)에서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윤세리 변호사 외에 나머지 인사들은 전부 법조계에서도 고위직을 거쳤다.
법조계 다음으로 많이 포진한 세무공무원 출신 5명은 모두 국세청장을 엮임했다.
김재천 김재천세무회계사무소 세무사와 박차석 세부법인 신화 회장, 전형수 김앤장 고문은 모두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지냈다.
김 세무사는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대표 김해성)과 CJ오쇼핑(대표 이해선) 사외이사이며, 박 회장은 롯데제과(대표 김용수)와 CJ씨지브이(대표 송기선), 전 고문은 이마트(대표 허인철)와 현대제철(대표 우유철)에서 사외이사로 일한다.
이밖에 SKC솔믹스(대표 장사범)와 현대건설(대표 정수현)는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이승재 삼송세부법인 회장이, 두산과 예스코(대표 노중석)는 부산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창완 화우 고문이 사외이사로 있다.
두산의 경우 겸직을 통해 전직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할 수 있었다.
관료와 학계 출신은 각각 4명,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은 3명이었다.
SK케미칼(대표 최창원)과 두산인프라코어 사외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권태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은 2대 국무총리실 실장을 엮임한 관료출신 사외이사이다.
이어 SK가스와 삼성생명(대표 박근희)은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 대림산업(대표 김윤)과 동부제철(대표 이종근)은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신정식 오하이오주립대 박사, STX조선해양(대표 강덕수)과 한진해운(대표 최은영)은 한국산업은행 부행장을 지낸 정경채 코오롱 경영고문이 사외이사로 일한다.
재계의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 출신은 사무처장을 지낸 이동훈 에이펙스 상임고문이 STX(대표 강덕수)와 두산엔진 사외이사를 겸직 중이며 동부씨엔아이(대표 김준기)와 현대위아(대표 정명철) 사외이사인 장항석 바른 고문은 공정위 상임위원 출신이다.
또 현대중공업과 SK C&C(대표 정철길)에서 사외이사 맡고 있는 주순식 율촌 고문도 공정위 상임위원을 지냈다.
학계에는 제일기획(대표 임대기)과 한화생명 사외이사인 김병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LG생활건강과 STX조선해양 사외이사인 정운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SK브로드밴드(대표 안승윤)와 삼성테크윈(대표 김철교) 사외이사인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LG전자(대표 구본준)와 두산엔진 사회이사인 주종남 서울대 공과대 교수가있다.
한편 지난해 개정된 상법은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불문하고 사외이사나 감사직을 동시에 3곳 이상 맡지 못하게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