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국내 20대 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KDB산업은행(은행장 홍기택) 출신이 돈을 많이 빌려 준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 자리를 많이 꿰찬 것으로 나타났다. '낙하산 투척'이란 의혹을 받고 있다.
30일 재벌 및 CEO,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 조사에 따르면 20대 그룹의 전체 사외이사 489명 가운데 산업은행 출신이 1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한국은행 출신이 4명에 불과하고 5대 시중은행도 전부 한 자릿수에 그쳤다. 해당 기업들로부터 "너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 출신 사외이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금난을 겪으며 주채권은행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기업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 출신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그룹은 최근 위기를 맞고 있는 STX로 5명이 포진해 있었다.
STX중공업(대표 강덕수·이찬우)에 박준수 전 여수신 부장과 심상운 전 이사가 사외이사로 있으며 STX엔진(대표 최임엽)에는 최동현 전 검사부 검사역이 있다.
또 STX조선해양(대표 신상호)에 정경채 전 부행장이, STX팬오션(대표 배선령)에는 김종배 전 부총재가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STX그룹 다음으로 금호그룹에 4명의 산업은행 출신 사외이사가 있다.
금호산업(대표 원일우)에 김왕경 전 이사가, 아시아나항공(대표 윤영두)에는 정건용 전 총재와 이성근 전 기업금융본부장이 사외이사로 있다. 금호타이어(대표 김창규)에도 박우양 전 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금호에 이어 동부와 한진그룹이 각각 2명의 산업은행 출신 사외이사가 자리를 잡고 있다.
동부화재해상보험(대표 김정남)에는 내달 중순께 임기만료를 앞둔 이근영 전 산업은행 총재가 있다. 또 동부하이텍(대표 최창식)에도 김인철 전 컨설팅본부장이 있다.
한진그룹의 경우 대한항공(대표 지창훈)에 이윤우 전 부총재가, 한진해운(대표 김영민)에는 정경채 전 부행장이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포스코그룹의 성진지오텍(대표 김장진)에 김종복 전 이사대우가, GS그룹의 GS글로벌(대표 정택근)에 김영섭 전 런던지점장이, 대우조선해양(대표 고재호)에는 권영민 전 기업금융4실장이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 중 김종복(성진지오텍), 심상운(STX중공업), 정경채(한진해운·STX조선해양), 김왕경(금호산업), 이성근(아시아나항공), 박우양(금호타이어) 등 사외이사 6명은 올해 7개 회사에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정경채 전 산업은행 부행장은 한진해운과 STX조선해양에 겹치기로 선임됐다.
이처럼 금융기관 가운데 산업은행 출신 사외이사가 유독 많은데 대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기업에 전현직 임원을 낙하산으로 떨어뜨렸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