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경주 기자]법조인에서 성공적인 기업인으로 탈바꿈한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사진)이 편의점주의 잇달 자살사건으로 위기에 몰렸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 가맹점에서 올들어 3명의 점주가 자살을 하면서 기업이미지가 추락한데다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사망진단서를 위조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과도한 중복출점으로 편의점주들의 원성이 들끓었지만 CU는 정부 규제속에서도 가맹점 숫자를 크게 늘리며 외형성장에만 공을 들인 것으로 나타나 도덕성 논란마저 일고 있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과다 출점으로 편의점 평균 매출이 떨어져 적자를 보는 점포가 속출하고 잇는데도 CU 가맹본부 측이 지속적으로 점포확장을 통한 매출 증가에 매달려 왔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편의점 모범거래기준을 제정해 동일 상권내에 중복 출점을 강력히 억제하면서 편의점 점포 증가율이 전반적으로 둔화됐지만 CU는 점포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CU 가맹점은 지난해 말 7천938개에서 올해 3월 8천9개로 71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가율 자체는 낮지만 올들어 증가한 편의점 점포가 총 227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CU가 상대적으로 많은 점포를 늘린 셈이다. 신설 점포 중 CU점포는 31.3%나 된다. 올해 새로 문을 연 점포 3곳 중 1곳 꼴로 CU편의점인 셈이다.
하지만 CU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전국 점포 리스트에는 무려 9천806개의 점포가 나열돼 있어 점포수를 필요에 따라 부풀리거나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문제는 CU가 외형성장에 목을 맨 사이 점주들은 매출 하락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CU의 가맹본부 매출은 2008년 1조7천540억 원에서 2011년 2조8천571억 원으로 62.9%나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가맹점 점포당평균매출은 5억4천389만 원에서 5억899억 원으로 6.4% 감소했다.
본사가 점포수를 무리하게 늘려 잇속을 챙기는 바람에 편의점주들이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CU측 관계자는 “점포를 확장하기는 했지만 전년비로는 점포증가율이 크게 줄었고 증가세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며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이제는 정말 수익성이 나오는 점포 위주로 개점을 해 양보다는 질적 성장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집계한 수치도 8천여개 수준”이라며 “홈페이지에는 부정확한 수치가 공개된 것 같은데 다시 확인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올들어 격월로 CU편의점주들이 자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월 15일 거제도의 한 CU가맹점주가 적자에 시달리다 자신의 편의점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으며, 두달 뒤인 3월 13일에는 부산 수영구에서 CU편의점주는 광안대교에서 투신자살했다.
또 다시 두 달 뒤인 지난 16일엔 용인시 기흥구의 CU의 한 가맹점주가 폐점 문제로 가맹 본분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중 수면유도제 40알을 삼킨 후 사망했다.
특히 마지막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사망진단서를 위조해 자살이 아닌 것처럼 꾸며 이를 유족 동의도 없이 언론에 배포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홍 회장과 박재구 사장은 지난 29일 참여연대·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전편협) 등에 고발된 상황이다.
회사 측은 뒤늦게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문을 내놓았지만 홍 회장은 현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최고경영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편협측의 방경수 회장은 이를 두고 “사과는 억지로 떠밀려서 하는 게 아니다”라며 “진정성 없는 형식적인 사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편의점주들이 이처럼 궁지에 내몰린 것과는 달리, 홍 회장은 연간 수십억 원의 배당금을 꼬박꼬박 챙기며 주머니를 불린 것으로 드러났다.
재벌 및 CEO,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홍 회장은 BGF리테일(옛 보광훼밀리마트) 대표이사로 취임하자마자 배당금을 대폭 늘린 이후 단 한 번도 줄이지 않았다.
2007년 750원이었던 주당배당금이 그 다음해 1천500원으로 2배가 됐고 2011년에는 2천5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에 따라 BGF리테일 지분 32%를 보유한 홍 회장의 배당금은 10억 원대에서 20억 원대로, 다시 40억 원대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보다 35.5%나 감소했는데도 배당금은 오히려 1억 원이 늘어난 43억 원을 수령했다. 취임 이후 지금까지 수령한 배당금만 202여 억 원에 이른다.가맹점 주들의 손 때와 피눈물이 묻은 돈이라는 게 가맹점주들의 주장이다. 오죽했으면 격월로 한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겠냐는 것이다.
이로 인해 명문 재벌가의 아들로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홍 회장의 명예도 추락하고 있다.
홍 회장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와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동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검사로 임관해 2004년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 2005년 광고고등검찰청 검사장 등 검찰고위직을 역임한 바 있다.
2005년 일명 ‘안기부 X파일’ 사건에 휘말려 불명예스럽게 검찰을 떠나야 했던 홍 회장은 이후 경영인으로 탈바꿈해 국내 1위 편의점업체를 키워내는 성과를 거뒀다.
BGF리테일 매출은 홍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직전인 지난 2006년 1조3천730억 원에서 지난해 2조8천571억 원으로 6년 만에 2배가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006년 284억 원에서 2011년 928억 원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영업이익이 599억 원으로 뒷걸음질 했지만 이는 CI교체로 인한 일회성 비용 발생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법조인이 경영인으로 탈바꿈한지 6년 만에 이뤄낸 성과치고는 화려한 성적이다.
하지만 영세자영업자들의 형편을 배려하지 못한 외형성장 지상주의로 인해 홍 회장은 또 다른 위기를 맞고 말았다. 홍 회장이 어떤 노력으로 성난 유가족과 점주들의 마음을 달래고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