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이 100조 원에 육박하는 현금성 자산을 쌓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00대 기업에 포함된 국내 20대 그룹 계열사 138개 업체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60%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올 1분기 보고서를 공시한 20대 그룹 138개 계열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총 158조5천46억1천8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만기 3개월 이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4조7천125억5천400만 원이었고, 만기 3개월 초과 1년 이하 단기금융상품은 63조7천920억6천400만 원이었다.
그룹별 현금사정에서는 재계 1위인 삼성그룹(회장 이건희)과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정몽구)가 압도적인 격차로 1, 2위를 차지했다.
삼성그룹 15개 계열사가 보유한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총 55조8천77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대 그룹 계열의 500대 기업 138개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35.8%에 이르는 금액이다.
현대자동차그룹 14개 계열사의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37조3천463억 원으로 20대 그룹 전체의 23.6%를 차지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29개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93조2천239억 원으로 20대 그룹 전체 합계의 58.8%에 달했다.
3위는 SK그룹(회장 최태원)으로 16개사가 14조3천328억 원의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보유했고, 현대중공업그룹(대표 이재성)이 10조9천557억 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
LG그룹(회장 구본무) 12개사가 8조7천500억 원, 포스코그룹(회장 정준양) 11개사 7조8천186억 원, 롯데그룹(회장 신동빈) 12개사가 4조5천633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또 GS그룹(회장 허창수) 6개사가 4조4천315억 원, 두산그룹(회장 박용만) 4개사가 3조2천905억 원, 한진그룹(회장 조양호) 3개사가 2조1천638억 원, 한화그룹(회장 김승연) 5개사가 1조1천366억 원, STX그룹(회장 강덕수) 5개사가 1조936억 원을 기록했다.
LS그룹(회장 구자열)과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박삼구), 대우조선해양그룹(사장 고재호), 신세계그룹(회장 이명희), 동부그룹(회장 김준기)은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보유액이 1조 원을 밑돌았다.
눈에 띄는 점은 상위권을 차지한 삼성과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그룹은 현금성 자산보다 단기금융상품 보유액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이들 그룹은 계열사로 금융사가 포함돼 있어 증권이나 예금 등 금융상품 비중이 높은 편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현대자동차그룹은 HMC투자증권, 현대중공업그룹은 하이투자증권 등이 계열사로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만기 3개월 이하인 MMF 등이 대표적이고, 단기금융상품에는 주식 등 3개월 초과 1년 이하 예금상품 등이 포함돼 있다"며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현금성자산을 단기금융상품보다 더 갖고 있지만, 금융사가 계열사로 있으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차입금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어느정도 적정선을 유지한다"면서 "자사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 1기당 10조 원 가량인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 등의 수주가 잇따르면서 선수금 등의 유입과 기 수주한 선박의 인도가 이어지면서 잔금이 들어와 현금자산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투자여력이 넘치는데도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단기금융상품에 돈을 넣어 놓고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삼성그룹의 경우 현금성 자산이 27조8천215억 원인데 비해 단기금융상품이 28조561억 원으로 2천346억 원 더 많았다. 현대차그룹도 현금성 자산이 16조109억 원인데, 단기금융상품은 21조3천억 원으로 5조3천억 원 가량 더 많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금성자산이 4조9천억 원인데 비해 단기금융상품이 6천억 원으로 1조1천억 원가량 더 많다.
SK를 비롯한 나머지 그룹들은 단기금융상품 보유액이 현금성 자산을 밑돌았다. SK그룹은 현금성자산이 12조1천억원인데 비해 단기금융상품이 2조2천억 원으로 10조 원 가량 차이가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