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장지현 기자] 국내 화장품 업계의 맞수인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과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이 상반된 '부채관념'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최근 한류열풍을 타고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경영실적을 크게 개선하고 있지만 돈을 다루는 방식은 천양지차로 다르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이 차입을 해서라도 과감하게 수익창출에 도전하고 있는 반면, 서 회장은 빚을 줄이고 현금을 쌓아 두는 내실경영에 치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30일 재벌 및 CEO,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두 회사의 재무구조를 비교한 결과,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에 비해 유동비율은 2배가 넘고 부채비율은 5분의 1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말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부채비율은 32.7%로 기준치 100%를 크게 밑돈 반면, LG생활건강의 부채비율은 172.5%로 기준치를 크게 웃돌았다. LG생활건강의 부채비율은 아모레퍼시픽의 5.28배에 이른다.
지난해말 33.3%대 160.4%로 4.8배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격차가 더 벌어졌다.
두 회사의 상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아모레퍼시픽은 부채가 적고 부채 상환능력이 높은 반면, LG생활건강은 부채가 많고 상환능력도 떨어지는 셈이다. 단순히 재무건전성만 따질 경우 서 회장이 차 부회장에게 압승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하지만 시장의 판단은 조금 다르다. 서 회장이 내실위주로 회사를 안정적으로 경영하는 것은 맞지만, 차 부회장이 성장성에서는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차 부회장이 적극적인 M&A(기업인수합병)를 통해 성장동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다소 높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현금을 쌓아놓기만 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다.
하나대투증권 박종대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두 회사의 전략이 다르다”며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음료, 생활용품 등의 매출이 각각 30%씩 차지하는 종합 생활용품 회사로 자리매김 하기를 원하고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으로 동아시아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따라서 LG생활건강은 M&A전략을 통해 다양한 사업 분야를 총괄하고자 하고,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업종에서 본인이 직접 최고의 위치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드는 M&A보다는 R&D비용에 투자를 늘리거나 해외투자에 집중한다”고 두 회사의 차이를 설명했다.
이 같은 공격경영에 힘입어 LG생활건강은 올 1분기에 매출(1조723억 원)과 영업이익(1천459억 원)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호실적을 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은 M&A(기업인수합병)를 수시로 하기 때문에 인수대금이 나가고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올라 갈 수밖에 없다”며 “현금 창출을 많이하기 때문에 현금이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부채비율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인수를 하는 것이고, 연초에 에버라이프라는 일본 화장품 회사를 인수했는데, 이 때문에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졌다”며 “아무런 이유 없이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것이 불건전한 재무상태를 초래하는 것이지 우리의 경우 투자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LG생활건강은 올들어 부채비율이 12.1%포인트나 높아지는 것을 감수하면서 현금성 자산 보유액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말 652억 원이었던 현금성 자산이 1분기말 1천777억 원으로 173%나 증가한 것이다.
자금여력이 없어서 부채비율이 높아진 게 아니라 투자를 위한 실탄 마련을 위해 부채 증가를 감수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비해 서 회장은 무차입 경영을 통한 내실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어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지난 2001년 4월 이후로 무차입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며 "이와 같은 무차입 경영은 재무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소신경영, 내실경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또 "고수익 신사업 기회에 적극 투자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성장 동력을 육성할 수 있는 등 선순환 구조가 이어져 온 바 있다"며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앞으로도 무차입 경영을 지속 할 방침임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