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호정 기자]국내 500대 기업에 포함된 건설사들이 바닥상태의 체력을 드러냈다. 올들어 유무형자산 취득액이 40% 가량 줄어들 정도로 투자를 억제했지만 현금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건설업종 28개사의 올해 1분기 유·무형자산 취득액은 3천216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5천356억 원에 비해 39%나 감소했다.
이처럼 설비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28개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보유액(이하 현금성 자산)은 12조5천898억 원으로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와 해외건설 저가수주의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사들이 투자여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것으로 알려진 대형건설사들의 형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급순위 상위 10개사 중 기업의 투자 지표 역할을 하는 유무형자산 취득액이 증가한 곳은 포스코건설과 한화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4곳에 불과했다.
또 현금성 자산이 증가한 곳도 10대 건설사 중 GS건설과 대우건설, 롯데건설, SK건설 뿐이었다. 10대 건설사의 올 1분기 유무형자산 취득액은 지난해 1분기보다 42%가 감소한 데 비해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는 36%가 줄었다.
대형건설사들이 평균치 이상으로 투자를 줄였고, 중견건설사들의 감소율이 평균치를 밑돈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유무형자산 취득액에서 10대 건설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54%에서 올해 1분기 51%로 낮아졌다.
투자를 가장 높은 비율로 줄인 건설사는 한라건설(대표 정몽원)로 올 1분기 유무형자산 취득액이 9억 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나 감소했다. 지난 4월 모기업인 만도에서 3천억 원대의 유상증자를 받기 전까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은 게 원인으로 꼽힌다.
대림산업(대표 김윤)이 84%의 감소율로 그 뒤를 이었다. 올해초 국내외에서 완공된 공사들이 많아 건설 중인 자산이 1천428억 원에서 213억 원으로 85% 감소하고 기계장치 비용이 76%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KCC건설(대표 정몽열)이 84%, KCC(대표 정몽익)가 83%, 경남기업(대표 김호영)이 75%, 금호산업(대표 원일우)가 68%, SK건설(대표 조기행, 최광철)이 65%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또 롯데건설(대표 박창규)이 61%, 쌍용건설(대표 김석준)이 57%, 삼성물산(대표 정연주)이 34% 감소했다. 이중 금호산업과 쌍용건설은 현재 워크아웃 상태로 투자 여력 자체가 없는 상태다.
반면 이테크건설(대표 이복역)은 올해 1분기 119억 원의 유·무형자산을 취득해 전년 동기 8억 원과 비교해 1390%나 증가했다. 지난해 1천억 원이 넘는 규모의 셀트리온 오창공장 착공으로 건설장비 매입 등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한양(대표 박상진)이 올 1분기 유무형자산 취득액을 852%나 늘렸고, 현대엠코(대표 손효원)는 현대차그룹의 지원 아래 투자를 499% 늘렸다.
한신공영은 울산 청곡동 527세대를 비롯해 세종시에서 1천300세대 규모의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힘입어 유무형자산 취득액이 316% 증가했다.
이밖에 포스코건설(대표 정동화)이 245%, 계룡건설산업(대표 한승구)이 136%, 한화건설(대표 김현중, 이근포)이 117%, 현대건설(대표 정수현)이 112%로 그 뒤를 이었다.
한편 현금성 자산은 LG하우시스가 가장 많이 늘였다. LG하우시스는 올 1분기 1천971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 전년 동기 996억 원 대비 98%나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3월 중순 5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과 함께 동월에 유난히 휴일이 많아 대금 일부가 결재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에서 5천억 원대의 손실을 입은 GS건설은 현금성 자산이 51% 증가했고, KCC가 43%, 대우건설(대표 서종욱)이 41%, 이테크건설이 37%, 롯데건설이 35%, SK건설이 33%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올해 초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두산건설(대표 양희선)은 현금성 자산이 43%나 줄었고 유진기업(유경선)도 28% 감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