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기아차.LG등 대다수의 대기업 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곳간에 돈을 쌓아 놓고 투자를 기피하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 그룹 계열사들이 정 회장의 진두지휘에 따라 올해 1분기부터 투자에 발벗고 나섰다.흉년에 알곡을 뿌려 풍년을 노리는 그의 '역발상' 투자 방침에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호흡을 맞추고 있다.
국내 500대 기업의 올해 1분기 투자현황을 조사한 결과, 포스코는 20대 그룹 가운데 투자 증가율 1위를 차지해 올들어 투자를 가장 많이 늘린 기업으로 꼽혔다. 전체 투자금액도 20대 그룹 중 3위에 올라 경기침체에도 꺾이지 않은 투자의욕을 과시했다.
포스코를 포함한 포스코그룹 11개 회사의 1분기 유무형 자산 취득금액(투자금액)은 2조5천23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59%나 급증했다. 본업인 철강을 중심으로 에너지, 건설 등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결과다.
투자는 철강부문이 주도했다. 포스코의 유무형자산 2조1천156억 원으로 82%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그룹 전체 자산을 배가시켰다.
포스코에너지 역시 투자를 늘려 지난해 1분기 319억 원이었던 유무형자산이 2천43억 원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이처럼 투자를 늘린 것은 포스코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준양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정 회장은 글로벌 경기침에도 불구하고 연초 투자 계획인 8조 9천억 원(연결기준)을 8조 4천억 원으로 소폭 조정했을 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을 확고히 했다.
특히 ‘비전 2020’ 목표를 제시하고 그룹 전체 매출을 2020년까지 200조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에 따른 투자는 계속될 전망이다.
분야별로 철강에서 120조원, E&C, 에너지, 화학 등의 성장사업에서 60조원, 녹색성장 및 해양사업 등 신수종사업에 20조원 등 2020년까지 그룹 매출을 총 200조 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동남아, 미주, 아프리카, 시베리아, 극지 등으로 무대를 확대해 일관제철소와 여기에 이어질 후공정 건설에 전력을 쏟을 계획이다.
올해 인도네시아 제철소 준공을 예정해 두고 있으며 중국과 터키 등의 해외 진출도 순항하고 있다. 이와 함께 종합소재 생산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리튬·망간·티타늄 등의 소재 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국산화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도 기대되고 있다. 신성장동력으로 인식되는 에너지분야도 투자 전략의 하나.
정 회장은 포스코에너지를 통해 인도네시아 부생복합발전(14년 3월 준공), 포항 부생복합발전(14년 1월), 인천 LNG복합발전(15년 1월) 등 고효율 발전소 건설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노력은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했다. 글로벌 철강 전문 분석기관인 WSD(World Steel Dynamics)는 포스코를 올해까지 6년 연속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로 꼽았다. 지난해 글로벌 철강사들 중에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는 점도 높게 평가됐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인해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은 정회장의 가장 큰 고민이다. 과거 20%대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7%대로 내려앉았다. 철강이 이미 공급 과잉에 빠져 있는데다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이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가격경쟁보다는 '가치경영', '고객(수요산업) 중심'을 경영 방침으로 내세우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2009년 4월 취임 이후 포스코 내에서 영업사원들의 책상을 치운 것은 이같은 의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고객의 책상에서 마주하라는 취지에서다.
취임 이듬해인 2010년 신년사에서는 "포스코는 그동안 실패를 모르는 회사였기 때문에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성공하는 회사로 알려져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목표가 원대하지 못하고 현실적이 못한 부분은 없었는지 반성해보자"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달 단행한 마케팅부문의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10년래 처음이라는 내부적인 평가가 있을 정도로 과감한 결정이었다. 철강 제품별로 편재됐던 조직을 조선, 건설, 전자, 자동차 등 철강의 주 수요산업별로 틀을 바꾼 것이다. 고객 중심의 가치경영을 이뤄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과거 철강업계 자존심을 지키며 때로는 높은 콧대를 세워 고객사들로부터 소리 없는 비판을 받아왔던 시절도 있었다. 정 회장의 4년간의 활동은 국민기업으로 탄탄대로를 걸었던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으로부터 전임인 이구택 회장의 시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최고 기업으로 남을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 회장은 중소기업의 연구개발과 생산성향상 등을 위한 동반성장 투자재원 확대에도 발벗고 나섰다. 그간 1차 협력업체에 국한됐던 성과공유제 혜택을 2·3차 협력업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23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투자재원을 기존 1600억원에서 2100억원으로 늘리고, 성과공유제 자율추진 협약도 계열사 7곳에서 15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과 포스코는 이날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 스틸클럽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성과 공유 자율추진 및 동반성장 투자재원 출연’ 협약을 체결했다.
정 회장은 “동반성장의 선례를 스스로 끊임없이 개척해 동반성장의 온기를 전파하고 모두가 행복한 사회, 따뜻한 동행을 실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과감한 투자와 독자적 기술력 확보로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내고 있는 정 회장과 그가 이끄는 포스코의 진가는 이제부터 발휘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