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30대 그룹 사장 이상 임원을 배출한 고등학교에서 서울고는 경기고, 부산고에 이어 3위에 불과하지만, 삼성그룹 내에서는 가장 막강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고 출신 30대 그룹 사장단 15명 가운데 7명이 삼성그룹에 포진해 있고, 이들은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 삼성증권 등 각 부문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30대 그룹 계열사 중 사장 이상 임원이 있는 기업은 195개사, 인원은 총 32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서울고 출신은 15명으로, 이 중 절반 가량이 삼성그룹에서 일하고 있었다.
서울고 다음으로 삼성그룹 사장단을 많이 매출한 학교는 부산고로 4명을 기록했다. 나머지 학교가 많이야 3명 정도를 배출한 것에 비하면, 서울고 출신들이 삼성그룹에서만큼은 '파워그룹'이라고 불릴 만하다.
서울고 출신 전문경영인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 실장이다.
올해 63세인 최 실장은 이건희 회장 등 오너 일가를 제외하곤 그룹 내 서열 1위로 꼽힌다. 최 실장은 삼성전자 부회장 시절 빠른 의사결정과 공격경영으로 TV와 휴대폰을 세계 1등 제품으로 만드는데 기여하며 삼성의 간판 최고경영자로 떠올랐다.
대표적으로 198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1인 사무소장으로 발령받은 그는 반도체를 가득 실은 가방을 차에 싣고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첫해에 100만 달러 규모의 반도체를 판매한 일화를 갖고 있다. ‘디지털 보부상’이란 별명도 이때 얻었다.
최 실장은 또 2006년 보르도TV를 앞세워 당시 패권을 지고 있던 소니를 제치고 처음으로 TV시장에서 세계 1위 달성하는 등 오늘날 삼성전자를 만든 1등 공신이다.
삼성전자 강호문 부회장(64세)은 서울고 20회로,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경영인이다. 강 부회장은 2002년부터 무려 7년간 삼성전기 사장을 맡으며 세계적인 부품회사인 일본 무라타제작소에 버금가는 회사로 탈바꿈 시킨 바 있다.
또 2009년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전신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로 자리를 옮겨,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상용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53년생 동갑내기인 삼성전자 우남성 사장과 삼성중공업 박대영 사장은 서울고 23회로 최지성 실장의 직속 후배다.
이중 박 사장은 그룹 내 최고의 ‘현장통’으로, 삼성중공업이 1990년대 중반 세계 최초로 개발한 드릴십 탄생의 주역이다.
박 사장은 다른 회사들보다 10년이나 앞서 드릴십 개발을 추진했고 그 결과 삼성중공업은 현재 전세계 드릴십시장의 42%를 차지하며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박 사장 스스로도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것이야 말로 해양사업의 매력”이라며 “내 손으로 해양사업의 역사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사장 위치까지 올랐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 밖에 삼성증권 김석 사장(60세)과 삼성전자 김재권 사장(59세), 삼성석유화학 정유성 사장(58세)도 서울고를 졸업했다.
김석 사장은 2011년 12월 삼성증권 취임과 동시에 우수고객 확보에 앞장서 현재 자산 1억 원 이상 고객을 7만4천여 명 보유와 함께 지난해에도 해외법인 사업구조 개편으로 1천억 원 수준의 비용 절감을 이뤄낸 바 있다.
김재권 사장은 구매 및 마케팅 분야 전문가로 오늘날 삼성전자의 TV와 휴대폰이 세계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왔고, 정유성 사장은 '믿지 못하면 쓰지 말고, 쓰면 믿으라'는 삼성식 인사를 20년간 무리없이 실현해온 인물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74년 고교평준화 정책이 시행되기 전까지 서울고는 경기고, 경복고와 서울 3대 명문고로 통했을 만큼 전국 각지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든 학교였다”며 “그에 못지 않게 노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국내 1등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에서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