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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 AS 한없이 늘어져도 군말없이 기다려야?..처리기간 규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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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 AS 한없이 늘어져도 군말없이 기다려야?..처리기간 규정 없어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3.09.04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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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무더위로 힘들었던 소비자들이 냉장고 에어컨 등 생활 가전 제품의 수리 지연으로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멈추면 당장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받는데도 인력 부족 등으로 수리가 지연돼 생업에 지장을 받거나 음식물을 폐기해야 하는 등의 고충을 겪어야 하는 것.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가 소비자 고발센터에 접수된 '가전제품 수리 지연' 소비자 피해 제보를 조사한 결과 올해 여름(6월 1일~8월 29일)에만 42건이 접수됐다.

수리 지연 제품에는 냉장고가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에어컨 15건, TV등 기타 7건등으로 대부분 생활 필수 가전들이었다.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해야 하는 냉장고 특성 상 몇 시간만 가동이 중단되도 폭염으로 보관음식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수리가 10~15일 이상 지연되는 사례도 허다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들끓었다.

이 밖에도 에어컨, 선풍기처럼 계절형 상품의 경우도 수리가 늦어질 경우 정작 사용시기를 놓쳐 무용지물이 되는 바람에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올 여름 이상 고온으로 가전제품 관련 AS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폭증해 어쩔 수 없었다는 제조사 측의 해명은 실질적인 피해로 긴 시간 고통을 겪고도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귀에는 변명처럼 들릴 뿐이다.

# 냉장고 수리 지연으로 음식물 썩어가는데 보상은 나몰라라?

경남 창원시 내서읍에 사는 백 모(남)씨는 12년 째 사용 중인 520리터짜리 A사의 냉장고의 고장으로 고충을 겪었다.

냉장고 작동이 멈춰 다급히 AS센터에 수리 요청하자 10일 후에야 방문이 가능하다고 안내햇다. 가전제품 AS가 폭주해 어쩔 수 없다는 것.

그 사이 덥고 습한 날씨에 음식물은 급속이 부패가 진행됐고 백 씨의 가슴도 타들어갔다. 

8일 후 AS를 받은 점검 결과 노후왼 가스배관 및 모터펌프 교체 비용으로 무려 48만원을 안내받은 백 씨는 "고장 직후 바로 결과를 알 수 있었다면 신 제품을 구입했을 텐데...업체 측의 지연으로 미적거리다 결국 음식물만 버렸다. 결국 폐기한 음식물 보상도 안된다니 이게 무슨 횡포냐"며 기막혀했다.

제조사 관계자는 "이번 성수기 시즌에 가전 업계 전반적으로 AS요청이 폭주했는데 특히 제보자 거주지역인 영남지방은 50일 이상 열대야가 지속돼 하자가 많았다"면서 "관련 시설 및 인원을 확충해 고객서비스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냉장고 수리 지연으로 인한 피해 보상에 대해선 "현재 소비자기본법 등 음식물 피해 보상 관련 규정이 없다. 다만 무상보증기간(1년) 내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도의적인 책임으로 음식물 보상을 실시하지만 100% 보상은 없다"고 설명했다.

# 중요 부품 재고 없어 12일동안 찜통 생활... 마냥 기다려달라고?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사는 신 모(남)씨는 지난 8월 3일 거실에 있던 에어컨이 갑자기 꺼지자 AS센터에 수리 접수를 했다.

AS센터 측은 전화상으로 증상을 들어보더니 'PCB 고장으로 부품 교체가 필수'라며 자사 공장에 부품을 신청한 후 연락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연락이 없자 참다 못해 5일 뒤 다시 연락하자 그제야 부품 수급이 늦어져 20일 가량을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창 30도 이상 오르내리는 찜통 더위를 선풍기 바람에 의존해야 했던 신 씨 가족은 보름간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다.  

신 씨는 "여름철 당연히 에어컨은 AS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을 뻔한데 부품 수급조차 제대로 않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냐"며 "에어컨이나 냉장고 같은 대형 가전은 수리 지연 시 대체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이가 없다"며 분개했다.

이에 대해 제조사 관계자는 "부품 공급업체 내부 문제로 수급이 지연됐다"며 사과를 뜻을 전했다.  

◆ 이상 고온 현상에 어쩔 수 없었다는 제조사, 하지만 보상엔 구두쇠?

국내 주요 가전업체(삼성전자, LG전자, 동부대우전자, 위니아만도, 캐리어 등)들은 올 여름 AS 폭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름철 필수 가전인 에어컨을 비롯해 선풍기, 제습기 등 계절형 상품의 수요가 급증했고 유난히 길어던 장마와 열대야까지 겹쳐 전화에 불이 날 지경.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올 여름처럼 지독했던 적은 없었다. 특히 남부지방은 열대야가 40일 이상 지속되면서 관련 제품 AS가 폭증하는데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직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많았다"고 하소연했다.

특수상황을 고려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바로 수리 지연으로 인한 2차 피해에 대한 보상 정책이 전무하다는 것.

24시간 항상 작동해야 하는 냉장고의 경우 수리 지연으로 인해 부패한 음식물 보상에 대해선 아예 보상에 응하지 않거나 무상보증 기간 내 제품에 한해서만 일부 보상을 해주는 것이 전부다. 더욱이 그 보상도 음식물 부패가 냉장고 하자로 인한 것이 증명되거나 AS기사의 잘못으로 하자가 발생해야 하는 전제 조건이 붙어 있고 100% 보상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냉장고는 보상 규정이라도 예외적으로 적용하고 있지만 계절 상품인 에어컨, 선풍기 등은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거나 수리가 지연돼도 군말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업체들이 이렇게 수리 지연에 대한 보상에 미온적인 것에는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냉장고의 경우 수리 지연으로 보관 음식이 상하더라도 소비자보호법을 비롯해 관련 법령엔 해당 사항이 없다.

이에 대해 유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도 결국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해당 분쟁에 대한 규정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게 없다. 수리 지연은 대부분 배상액이 소액이어서 소송까지 가기란 비현실적이라 결국 기관의 합의 권고 및 분쟁조정 과정을 거쳐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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