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작동 중 전기코드에서 불꽃이 튀며 하마터면 화재로 번질 뻔한 사고로 소비자가 기겁했다. 제조사 측이 명확한 원인 규명 없이 상황을 서둘러 마무리해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사는 김 모(남)씨는 얼마 전 집안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작년 여름에 240만원을 주고 구입한 LG전자의 시스템 에어컨 작동 중 화재가 발생한 것.
지난 달 23일 새벽 1시쯤 늦은 귀가를 한 김 씨는 거실쪽에서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급히 달려가보니 눈 앞에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에어컨 전원코드에서 매캐한 연기와 함께 불꽃이 튀고 있었던 것.
거실에는 김 씨의 초등학생 딸 아이가 아무 것도 모른 채 자고 있었다.
서둘러 에어컨을 멈추고 코드를 제거한 뒤 아이를 신속히 밖으로 대피시킨 김 씨. 다행히 화재 초기 상황에 발견한 터라 에어컨 코드를 제외하곤 피해는 없었지만 조금만 늦었어도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지 상상조차 끔찍했다.
다음 날 곧바로 고객센터에 제품 수리를 맡긴 김 씨는 업체 측 대응에 어안이 벙벙했다. 수리 기사는 별 다른 설명 없이 코드만 교체하더니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고 안내한 것.
정확한 화재 원인에 대해 묻자 제품 설치 시 코드 부분이 완전히 조여지지 않아 과열로 인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 화재로 번져 재산 피해를 물론 인명 사고까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던 터라 제조사 측의 정밀 검사를 기대했던 김 씨는 단순한 코드 문제라는 수리 기사의 설명을 도무지 신뢰할 수 없었다.
김 씨가 재차 이 부분에 대해 항의하자 그제서야 "콘센트 문제인지 코드 문제인지는 정밀 감식을 통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여지껏 조사 결과에 대한 소식은 없는 상태다.
김 씨 가족은 화재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 혹시라도 모를 상황이 두려워 여전히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김 씨는 "그 시간에 내가 귀가하지 않았더라면 큰 화재로 번질 뻔 했고 당시 집에는 아이가 자고 있었다"면서 "정확히 화재 원인에 대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수리 기사가 임의대로 코드 불량이라고 지나가듯이 말하면 그걸 누가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어이없어 했다.
해당 제조사 측은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냉방기기 관련 전기화재 피해는 지난 3년 간 서울시에서만 총 177건이 발생할 정도로 여름철 화재 원인의 단골 손님이다. 실외기 과열과 에어컨 배선 불량으로 인한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전기안전연구원의 관계자는 "코드나 배선 관련 화재는 주로 실내기-실외기 연결 배선의 접촉 및 절연불량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전기소모량이 많은 만큼 평소 배선관리가 가장 중요하고 에어컨 사용 시 전용 콘센트를 사용해 전기 과열에 따른 화재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