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조선업계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상반기 수주량이 늘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27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 3사의 올 상반기 일반 상선(특수선박 제외) 수주량은 1천67만8천GT로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 이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수주량이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두 회사 모두 상반기 수주량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업체별로는 세계 1위의 자존심을 지킨 현대중공업(대표 이재성)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에 396만6천GT를 수주해 전년 동기 대비 282.8%나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주량인 306만GT보다도 많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가스선, 벌크선, 유조선 등 모든 선종에 걸쳐 수주량이 늘었으며 특히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많이 증가했다"며 "금융위기와 유럽재정위기로 인해 지난해까지 발주량이 감소했으나 올 상반기 들어서 상선 발주가 다시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 개발로 생산성이 좋아졌고, 원자재 및 부품 가격이 낮아지는 가운데 수주가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 8월 말에는 1만8천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포함해 총 10척의 컨테이너를 수주하는 등 하반기에도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대표 박대영)도 상반기 수주를 전년 동기보다 84.3% 늘린 131만8천GT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플랜트 분야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안정적인 일감 확보를 위해 LNG선과 대형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 일반 상선 수주도 늘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올 상반기 LNG선 9척, 컨테이너선 7척, 유조선 4척을 수주해 상선 분야에서 높은 실적을 거뒀다. 9월 말 현재 총 수주는 117억 달러로 연간 수주 목표인 130억 달러의 90%를 이미 달성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대표 고재호)은 101만4천GT에 그쳐 전년 동기보다 32.6% 수주량이 줄었다. 그러나 상선부문에서는 고부가가치의 선박 수주가 늘었기 때문에 톤수를 기준으로 한 수주량은 줄었지만 총 수주액은 증가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상반기에 상선 7척을 9억8천만 달러에 수주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12척을 약 10억5천만 달러에 수주해 실속을 챙겼다.
한편, 지난해는 국내 선박 수주량이 총 1천260만GT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1천67만8천GT를 기록해 이미 지난해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효율성이 개선된 선박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선주사들이 선박 가격이 바닥을 친 것으로 인식하면서 인도 시점에서의 업황 회복을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배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