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국내시장에서 출점규제라는 암초에 부딪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미국과 중국을 목표로 해외시장 개척을 선언했다. 국내 제과점 프랜차이즈시장의 라이벌인 두 회사는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승부수를 띄우면서 전혀 다른 시장을 겨냥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제빵 프랜차이즈 1위 사업자인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현재 29개에 불과한 미국내 파리바게뜨 점포를 오는 2020년까지 1천 개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까지 해외 60개국에 3천여개 매장을 열 계획인데 이 중 3분의 1을 미국시장에 내겠다는 뜻이다. 파리바게뜨는 미국 외에 현재 중국 124개점, 베트남 14개점, 싱가포르 2개점 등을 운영하며 그동안 중국시장에 주력했지만 중국시장 개척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면서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
SPC그룹이 미국에 집중하는 이유는 세계경제대국이자 프랜차이즈 본고장인 미국이 가지는 남다른 상징성 때문이다. SPC그룹관계자는 “미국시장은 맥도날드 등 프랜차이즈의 본고장이자 글로벌 브랜드들이 모여 경쟁하는 상징적인 곳”이라며 “이 같은 시장에서 성공하면 세계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임대료와 인건비가 비싸고 높은 품질을 요구하는 등 리스크가 높은 나라임에도 미국시장 개척에 힘을 실을 방침이다.
SPC그룹은 지난 2002년 9월 현지 법인을 설립한 이래 11년동안 직영점만 29개를 개장하며 적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현지 트렌드 분석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만큼 이제는 공격적인 점포확장에 나설 때라고 판단한 것이다.
SPC관계자는 “수없는 시행착오 끝에 미국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본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세리토스점의 경우 교민들은 물론 인근 롱비치와 뉴포트비치 등에서 빵을 사기위해 찾아오는 현지 손님이 하루 1천여 명에 이르고 2008년에 오픈한 뉴저지 포트리점도 외국인 고객이 40%가 넘어설 정도로 현지인의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국내 2위 업체인 뚜레쥬류는 중국시장을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대표 허민회)은 2017년까지 현재 34개에 불과한 중국 내 매장을 불과 1천600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계획대로라면 중국에서 매년 391개 점포를 개장해야 한다.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와 같은 2004년에 중국에 진출했지만 현재 파리바게뜨보다 매장수가 90개 뒤질 정도로 더딘 행보를 보였다.
뚜레쥬르는 중국 외에 미국 23개, 베트남 34개, 인도네시아 13개, 필리핀 10개, 캄보디아 2개, 말레이시아 1개의 점포를 갖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파리바게뜨에 뒤쳐진 반면 동남아 시장에는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진출한 상황이다.
뚜레쥬르는 최대소비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뚜레쥬르관계자는 “중국의 GDP 성장률은 연 평균 8% 이상, 2013년 GDP 예측 성장률도 7.5%로 각 지역의 경제발전 속도만큼 중국의 소비문화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주목하고 있다”며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도 신흥시장으로 함께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교두보로 삼는 나라 뿐 아니라 진출방식에서도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철저한 시장분석을 이유로 169개 점포중 중국에 3~4개만 가맹점을 두고 거의 전 점포를 직영점으로 운영하며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직영점이 점포개설비와 인건비 등 비용이 많이 드는 리스크가 있지만 모든 점포를 직접관리할 수 있어 서비스나 컨셉 등을 SPC그룹이 원하는 데로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향후 충분한 경쟁력이 확보가 됐을 때 마스터프랜차이즈나 가맹점 방식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뚜레쥬르는 마스터프랜차이즈(MF) 방식을 중심으로 직영점, 가맹점 방식 등도 지역에 맞게 함께 적용해 보다 유연하게 확장하고 있다.
미국은 가맹점 위주로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은 MF와 직영점 방식으로,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은 MF방식으로 운영한다.
MF는 본사가 해외에 직접 진출하는 대신 해당 지역 파트너에게 브랜드 사업권을 위임하고 품질과 서비스 등은 본사가 콘트롤하며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직접투자에 비해 확장 속도가 빠르고 사업적 리스크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지역사정에 맞는 운영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특히 MF 방식은 리스크가 적고 빠른 확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뚜레쥬르의 해외진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뚜레쥬르가 중국 점포를 크게 늘리겠다고 공언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뚜레쥬르 측은 "특히 현지 기업과 MF를 맺는 것은 대외적인 신용도가 없으면 힘들다"며 "중국과 동남아에서 MF를 체결하겠다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은 뚜레쥬르가 그만큼 해외에서 품질력과 신용에서 인정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CJ푸드빌과 허난성, 산시성 지역 진출을 위해 MF체결을 한 산시세기산마오식품유한공사 쉐루오웨이 사장은 “향후 10년 이상 중국 제빵 산업의 황금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만의 노하우로는 부족하다 생각돼 프리미엄 베이커리인 뚜레쥬르와 함께하게 되었다”며 “산마오의 자원을 활용해 각 거점 도시 우선 출점 후 가맹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수적으로 세계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을 노리는 파리바게뜨와 MF방식으로 중국시장에서 빠른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는 뚜레쥬르의 해외진출 시도가 향후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