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승 부회장은 1996년부터 12년 동안 대웅제약 CEO를 맡아 회사를 크게 성장시켰으나 지난 2009년 주력사인 대웅제약 대표이사 자리를 형인 윤재현 부회장에게 넘겨주고 지주회사인 (주)대웅의 대표를 자리를 옮겼다. 이 때문에 당시 재계에서는 윤재승 부회장이 형에게 밀려나 후계자 자리를 상실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분분했다. 몸체라고 할 수 있는 대웅제약을 형에게 넘기고 윤재승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글로벌 및 신규사업 분야를 담당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3년 동안 윤재현 부회장이 신통치 못한 성적을 내면서 지난해 6월 형제의 위치가 재역전됐다. 동생인 윤재승 부회장이 대웅제약 대표이사로 화려하게 컴백을 한 반면, 형은 비주력 계열사인 알피코리아 대표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현재 윤재훈 부회장은 대웅과 대웅제약 등기이사에서 이름이 빠져 있어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밀려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재승 부회장은 대표이사로 복귀하자마자 실적개선이라는 중책을 떠안았다. 지난해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으로 제약업계가 큰 부진에 빠진 가운데 대웅제약 역시 적잖은 시련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웅제약은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5.9%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37.3%나 줄어들 정도로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매출이 3천2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78억 원으로 239%나 증가했다. 대웅제약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368억 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1.7%로 지난해 상반기 3.2%에 비해 무려 8.5%포인트 상승하며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마케팅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됐다”며 “지난해에는 약가 인하 때문에 영업이익이 저조했는데 올 상반기에는 이를 회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윤재승 부회장이 1년 만에 회사 수익구조를 안정화시키며 경영복귀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윤재승 부회장은 조직개편과 수익원 발굴을 통해 체질개선에 공을 들였고 그 결과가 수익증대로 이어졌다. 실제로 윤재승 부회장은 대표이사 복귀 직후 지점장 체제로 운영되던 영업조직을 과감히 폐지하고 회사에서 조직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또 컨설팅 영업을 통해 의료기관을 상대로 보험청구 관리, 학술논문 제공, 고객관리, 환자관리프로그램 등 새로운 형태의 영업도 실시하고 있다.
윤재승 부회장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89년부터 6년간 검사 생활을 하다가 부친인 윤영환 회장의 설득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해 대웅제약 부사장을 거쳐 1997년 34세의 나이로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윤 부회장이 사장으로 취임한 1997년 연 매출이 1천433억 원에 불과했던 대웅제약은 2010년 매출이 6천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윤재승 부회장은 과거 검사로 재직할 당시에도 사업적 안목이 뛰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1년 검사 재직 당시, 정보 관련 사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판단하고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인성정보’에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창립 당시 10억 원에 불과했던 인성정보의 매출액은 지난 2012년 2천586억 원으로 250배 가량 성장했다. 현재 윤 부회장은 인성정보의 최대주주로 있다.
올들어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윤재승 부회장은 최근 중국 선양에 위치한 원료의약품 전문업체 ‘바이펑’을 100억원에 인수하며 글로벌화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윤 부회장은 대표에서 물러나 있던 3년간 글로벌 및 신규사업 분야를 맡으면서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구상해 왔는데 그 첫 발을 디딘 셈이다.
대웅제약 측은 2017년까지 바이펑의 의약품 공장을 EU GMP(우수의약품 제조관리수준) 수준으로 리모델링하고 자사 제품을 직접 생산, 중국 현지에 공급해 중국 현지에서 5년내 5천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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