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각별했던 이웃사촌이 적이 되어 돌아왔다. 지난 24일 개최된 일동제약(회장 윤원영) 임시 주주총회에서 녹십자의 반대로 ‘지주사 전환’이 부결됨에 따라, 3대 주주인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일동제약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씨엠제이씨 8.34%, 윤원영 회장 6.42%, 이금기 전 회장 5.47%, 일동후디스 3.09%, 송파재단 3.04%)의 지분율은 34.16%로, 녹십자(29.36%)와 불과 5% 수준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3대 주주인 피델리티(지분 9.99%)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냐에 따라 일동제약의 운명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우선 주목할 점은 피델리티가 지난 임시주총에서 녹십자의 편을 들어 지주사 전환을 반대했다는 것.
이처럼 피델리티와 녹십자가 손을 잡는다고 가정하면, 녹십자는 39.35%로 최대주주가 된다.
반면 일동제약 윤원영 회장 일가는 기타 기관투자 및 소액주주가 가진 26.46%의 지분 확보를 위해 막대한 개인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녹십자는 회사 자금으로 필요 지분만 확보하면 된다.
하지만 업계는 당장 양사가 전면전을 펼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피델리티가 투자자의 수익을 책임지는 자산운용사라는 점, 그리고 보유 지분 9.9%에는 ‘경영권’이란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에 양측을 저울질해 고수익을 노릴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녹십자, 일동제약 인수하면 제야산업 판도 달라져
만약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하게 된다면 제약산업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하면 매출 1조원을 넘어 업계 1위로 부상하는 것은 물론, 아로나민 골드 등을 통해 그간 약점으로 지적된 ‘일반의약품’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동제약이 보유한 600만돌턴(Da) 이상의 초고분자 히알루론산(HA) 생산기술은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HA 원료는 대부분 300만Da 이하로, 이보다 높은 분량은 수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녹십자는 식품, 화장품, 미용, 슬관절치료제, 안과수술보조제, 유착방지제 등 다양한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또한 일동제약이 도입해 국내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비만치료제 ‘벨비크’ 역시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품목이다.
오는 5월 창립 73주년을 맞는 일동제약의 안방이 윤 씨가 차지가 될지, 아니면 허 씨가 새로운 주인으로 앉을지 살얼음판 레이스에 귀추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변동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