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신차부재와 주요 모델 노후화로 내수부진에 시달렸던 기아자동차가 '올 뉴 카니발'과 '올 뉴 쏘렌토'를 앞세워 내수 시장 점유율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노조 파업으로 예약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는 바람에 기다리다 지친 대기 고객 일부가 이탈하는 등 예상치 못한 악재로 시름에 빠져 있다.
2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지난 달 내수시장에서 3만8천605대를 판매해 내수시장 1위 현대자동차와의 격차를 9천100대로 좁혔다. 격차가 가장 심했던 4월 2만6천여 대에 비하면 차이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한 때 30% 이하로 내려가 위기설을 촉발시켰던 내수 점유율도 현재는 어느 정도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올해 2월부터 내리막을 타기 시작해 6월 29.1%까지 떨어졌던 내수 시장 점유율은 9월 34.9%까지 상승했다. 1위 현대차와의 격차도 4월 20.5% 포인트에서 8.3% 포인트로 크게 좁혀졌다.
기아차의 내수 부진탈출은 9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로 등장한 '올 뉴 카니발'과 5년 4개월 만에 환골탈태한 '올 뉴 쏘렌토'의 강력한 신차 효과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6월만 해도 점유율(29.1%)과 판매대수(3만5천502대) 모두 역대 최저치였다. 하지만 카니발을 앞세워 발동이 걸린 7월에는 내수 점유율이 한 달만에 3.9% 포인트 상승한 33.0%를 기록했다. 판매대수도 4만2천305대로 7천 대가 늘었다. 이후 8~9월에는 판매대수가 줄었지만 여름휴가 및 추석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로 인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5월 말 공식 출시된 카니발은 6월 2천684대로 시작해 7월에 8천740대가 판매됐다. 경차 '모닝'을 제치고 7월 베스트셀링 모델 1위를 차지했다. 북미수출용 생산까지 겹친 8월부터는 판매량이 4천여 대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수개월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신차효과가 식지 않고 있다.
8월 중순에 출시한 쏘렌토는 카니발 보다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달 6천353대가 팔리면서 모닝(6천757대)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쏘렌토는 지난 달에만 계약대수가 1만 대를 넘었다. 2010년 8월 '스포티지R' 이후 SUV 차종이 1만대를 넘기기는 4년 만의 일이라는 설명이다.
2세대보다 오히려 공인연비가 떨어지고 침수차 논란마저 겹치면서 출시 초기 어려움을 겪었지만 국산 SUV로는 최초로 '유로6 기준'을 달성하고 35~44세 남성을 타겟으로 삼은 '존재감 마케팅'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종전 기아차의 핵심 라인업이었던 'K시리즈'가 모델 노후화와 수입차 공세 등 대내외적인 환경 탓에 판매대수가 급감하면서 연초에 겪었던 '고난의 시기'를 떨쳐내는 모습이다.
하지만 살아나려는 내수 시장의 분위기와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상승세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현안들이 많다. 특히 임금단체협상을 끝낸 현대차와 달리 기아차는 아직까지 노사가 팽팽한 대립중이다. 지난 주 2교대가 4시간 씩 총 8시간 파업을 한데이어 이번주는 총 28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파업으로 물량 공급 차질 우려가 제기되면서 대기물량이 밀려있는 카니발과 쏘렌토에도 불똥이 튈까 기아차 측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21일 기준으로 쏘렌토는 2개월, 카니발은 2~3개월 정도 대기 기간을 안내하고 있었다. 일부 이탈 고객도 발생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반면 기아차는 노조 파업으로 8월 22일부터 10월 초까지 총 2만7천여 대 생산 차질을 빚고 있고 카니발과 쏘렌토 역시 각각 1만여 대와 9천여 대 정도 물량이 밀려있지만 파업에 따른 충격은 아직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카니발과 쏘렌토 예약 물량은 파업보다는 신차효과에 따른 대기 물량이 대부분이고 파업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