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표시 없고 영수증으로 뒤늦게 확인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에 사는 진 모(여)씨는 지난 11월 29일 자유로 근처의 대기업 주유소에 들렀다. 가격표시 팻말이 없었지만 다른 곳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 게 실수였다. 기름을 가득 넣고 영수증을 받아보니 9만8천 원. 보통휘발유 단가가 리터당 2천29원으로 주변의 1천600원대 주유소보다 약 400원이나 비쌌다. 가격이 비싸다는 항의에 주유원은 “정품기름만을 취급한다”며 짧게 답했다. 진 씨는 “가격 표시를 하지 않고 바가지요금을 받으면서 타당한 설명 없이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체 관계자는 “주변 주유소들이 큰 가격판을 설치한 반면 규격판을 설치하다 보니 시인성이 떨어진 것 같다”며 “가격에는 서비스나 판촉물 등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 입구 표시에 가려진 '바가지 가격표' 못봐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11월 22일 서울 구로구 시흥대로에 있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는 깜짝 놀랐다. 결제 금액이 리터당 2천99원으로 1천400원대인 다른 곳보다 600원가량 더 비쌌던 것. 알고 보니 김 씨가 주유소에 진입하며 본 가격표는 옆 주유소 표시였으며 이 주유소 가격표시는 ‘입구’ 표시 간판에 교묘히 가려 보이지 않았다. 가격이 왜 이리 비싸냐는 물음에 주유원은 “주유소 마음”이라며 맞받아쳤다. 가격표시판도 입구와 출구에 모두 갖추고 있다며 오히려 당당해 황당했다고. 업체 관계자는 “해당 지점의 민원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며 “가격 표시 방법이나 규정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가가 연일 하락하는 가운데 일부 주유소가 얄팍한 상술로 소비자를 울리고 있다.
비싼 가격에 판매하면서 가격표를 교묘하게 가리거나 없애 얼마라도 아껴보려는 소비자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는 가격표시판에 카드제휴 등 할인가격만 돋보이게 해 소비자를 현혹하기도 한다.
가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비싼 가격에 주유해도 소비자로서는 구제를 요청할 길이 없다. 유가는 업주 재량껏 결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SK주유소, GS칼텍스, S-Oil(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같은 브랜드 주유소라도 대리점의 경우 업주가 임대료나 지역의 상권, 판촉비 등을 감안해 주유 가격을 책정하게 된다.
정유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주유소는 개인사업자 개념으로 품질 문제가 아닌 가격의 경우 개별적으로 책정하는 부분으로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주유 가격 표시 규정이나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위반 사항에 대해서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한다고 선을 그었다.
석유류 가격표시제 단속을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한 관계자는 “가격 표시도 제대로 해놓지 않고 주유 가격을 시중보다 비싼 값에 판매하는 것은 주유량을 속여 파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 주유소 판매가격 표시 안하면...최대 ‘1천만 원’ 과태료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고시한 ‘석유류 가격표시제 등 실시요령’을 살펴보면 가격표시의무자는 차량의 진행방향에서 가격표시판의 전면이 보이도록 설치해야 한다. 이때 주유소 내의 다른 설치물로 가격표시판 전면이 가려지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매가격을 표시하지 않거나 허위로 표시할 경우에는 과태료를 물게 된다.
과태료 부과 세부 기준을 살펴보면 가격을 허위 표시(표시가격과 판매가격이 다른 경우)한 경우 최초 1회 300만원에서 4회 이상 1천만 원이고 판매가격을 아예 표시하기 않은 경우 최초 시정권고이고 4회 이상은 1천만 원이다.
가격 표시방법(표시판 위치, 설치 방법 포함)의 경우 가장 과태료 금액이 가장 적다. 첫 1회는 시정권고, 4회 이상은 500만 원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단속업무를 하는 관계자는 가격표시판이 바람에 방향이 틀어졌다거나 각도에 따라 보인다는 등 변수가 있어 적발이 쉽지 않다며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소장은 “일부 비양심적인 주유소에서 가격표시판을 고의로 숨기거나 가려 소비자들에게 덤터기를 씌우고 있다”며 “주유 전 반드시 가격을 확인해 피해를 예방하고 가격 표시가 돼 있지 않은 업소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