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속에서 수술실뭉치가 나오고, 치료를 받다가 다른 병으로 사망하고, 잘못된 수술로 다른 병증이 나타나고, 뼈가 골절됐는데 타박상 치료만 해주고….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있어서는 안될 '황당한' 의료사고가 아직도 크고작은 병원에서 일어나고 있어 충격과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
심지어 이물질을 꺼내기 위해 수술을 다시 한다든지, 진단을 잘못해 엉뚱한 치료를 받다가 환자가 죽는 심각한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병원측의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환자는 물론 가족을 두번 울리는(죽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피해를 당해도 소비자가 병원을 상대로 보상이나 치료를 받기는 어렵다. 병원측이 과실을 쉽게 인정하려들지 않는데다가, 의료지식에 약한 소비자가 피해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병원 측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명확한 장애가 발생되었거나 구체적인 피해가 있다는 사실을 객관화하는 것은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가 어느 정도는 입증하여야 그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수 있다"며 "단순히 정신적인 피해라면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소액의 위자료 지급이 해당된다"고 말했다.
◆방광 속에 수술실뭉치=주부 윤 모(38·서울 성북구 길음동) 씨의 5살짜리 남자아이는 지난 6월말 동네 J병원에서 탈장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도 통증이 가시지 않아 담당의사에게 호소했지만 수술후유증이라고 대수롭지않게 여겼다.
퇴원 후 다른 비뇨기과병원에서 염증치료를 받던 중 초음파검사를 통해 방광 속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 이미 두 달 가까이 흐른 뒤였다.
대학병원으로 옮겨 방광내시경으로 확인해보니 수술실뭉치였다. 탈장수술한 옆자리를 다시 절개해 실뭉치를 꺼낸 뒤 J병원에 통보했다.
그러나 J병원측은 "수술실은 이 병원이나 저 병원이나 사용할 수 있다”며 “전화걸지 말라”고 끊어버렸다.
이 후 윤 씨는 대학병원에서 수술로 꺼낸 수술실뭉치와 방광내시경 사진을 내용증명으로 보내고, 9월 중순쯤 2차로 탈장수술한 병원에서 요구한 수술기록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한동안 연락이 없었고, 윤 씨가 전화를 하면 “알아보고 연락주겠다”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며 연락을 회피하고 있는 상태다.
윤 씨는 “탈장수술을 한 의사는 본인의 실수로 일어난 일에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수술 직후 문제를 계속 호소했지만 묵인했다. 중재를 통해 해결되지 않으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본보에 제보했다.
◆엉뚱한 치료받다가 사망=소비자 김 모(여·40·서울 광진구 자양동) 씨의 아버지는 지난해부터 대구의 K대학병원에서 기흉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도 통증이 가시지 않아 통원치료를 계속했다. 약물치료, 레이저치료 등 갖은 치료방법을 동원했지만 통증이 잡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상하게 여긴 김 씨는 아버지를 모시고 서울로 올라와 대형 종합병원인 S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S병원은 K병원에서 가지고 온 진단서를 토대로 한달 치 약을 처방해주었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이에 S병원측은 “아무래도 정밀 검사를 해보아야 할 것같다”며 CT를 한번 찍어보자고 했다.
그러나 예약하고 순서를 기다리는데 한 달 이상 걸렸다. 할 수 없이 예약을 해두고 그 사이 한방치료나 한 번 받아볼 요량으로 K대 한방병원에 입원시켰다. 그 곳은 한방과 양방 협진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김 씨의 아버지를 담당했던 한방의사는 양방과 협의해 바로 CT촬영에 들어갔고, 진단 결과는 중피종(횡경막에 생기는 암)이었다. 이어 조직검사를 받았다. 수술해도 생존 확률은 50% 이내라고 하였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진단이 도무지 믿기지 않아 한번 더 확인하려고 아버지를 모시고 S병원에 입원시켰다. CT와 방사선 촬영 등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검사결과는 더 비관적이었다. 암세포가 이미 혈관을 타고 전이돼 뼈, 피부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손을 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앞이 캄캄했다.
결국 김 씨의 아버지는 S병원에서 퇴원한지 3개월만에 영원히 눈을 감았다.
김 씨는 “병이 정작 다른 곳에 있었는데 엉뚱하게도 기흉 통증을 치료받느라 수개월 시간과 돈만 낭비했다”며 “K대학병원이 다른 쪽으로 한번만 의심을 가졌더라면, 조금만 더 빨리 손을 썼다라면 이렇게 허망하게 돌아가시지 않았을 것”이라며 허탈해했다.
◆ 수술 후 손절임 현상=소비자 민 모 씨는 금년 3월 종골골절에 따른 수술을 경기도 고양시 I병원에서 받았다.
수 술후 손절임 현상이 나타나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수술에 따른 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치료는 커녕 보상도 받지못하고 있는 상태다.
병원에서는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주치의는 과실을 인정했다. 주치의는 6개월 정도 지나면 완치된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아무런 치료나 보상을 받지못하고 있다.
금년 7월 근전도 검사(3회) 등을 통해 원인을 밝혀냈지만 병원측이 이 건을 종결처리했기 때문이다.
민 씨는 “병원이 병 주고 약 주며 마구잡이 횡포를 부린다”며 “그러나 개인이 병원과 맞서기는 어렵다”고 한국소비자원에 고발했다.
◆뼈 부러진 것도 모르고= 또 다른 소비자 윤 모 씨의 어머니는 올해 3월 택시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지방의 한 병원에서 CT부터 MRI까지 검사한 결과 가슴쪽 타박상이라는 진단이 나와 한 달 정도 입원했다.
그러나 그 후에도 몇 달 동안 가슴에 계속 통증이 와서 9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검사할 결과 가슴쪽 연골 2군데가 골절상태라고 진단했다.
윤 씨는 “골절과 타박상의 치료가 똑같을 수가 있겠느냐”며 “가슴의 연골이 부러진 줄도 모르고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한 지방병원에 대해 꼭 보상을 받고 싶다”고 소비자원에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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